'이력서 쓰기가/특기가 된 이력 위로/그나마의 스펙은 스팸으로 쌓이고/눈 붉은 불면의 밤은 무겁고도 더디다'
- 서숙희 시조시인의 '원룸시대' 중 일부.
원룸시대
서숙희
네 발 달린 주사위가
덩그러니 앉아있다
한 번 높이 던져볼, 기회조차도 없는
사각의 살찐 고립들이
방 하나에 갇혀있다
이력서 쓰기가
특기가 된 이력 위로
그나마의 스펙은 스팸으로 쌓이고
눈 붉은 불면의 밤은 무겁고도 더디다
밤새 다 식어버린 인스턴트 희망들을
비닐에 쑤셔 담아 불법으로 투기해도
누구도 추궁하지 않는,
무관심은 합법이다
<시조미학> 2014년 하반기호시조미학>
김효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