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KGB 지령받은 불가리아 정보요원들|교황과 바웬사 암살을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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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가리아 정보요원들이 국제테러조직과 손을 잡고 요인암살등의 음모를 꾸며온 이른바 「불가리언 커넥션」사건이 이탈리아 당국의 끈질긴 수사로 그 전모가 밝혀치게 됐다. 이들의 음모가운데는 폴란드 자유노조지도자 「레흐·바웬사」암살계획까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가 빚은 파동이 더욱 커지고있다.
이탈리아 외무성은 이밖에도 지난해 5월 교황「요한·바오로」2세 암살기도사건에도 이들과 소련비밀경찰이 함께 관련돼있다는 심증을 굳힌 11일 불가리아주재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여 사태는 걷잡을수없이 발전될것으로 보인다.
불가리아 정보요원들이 국제적 음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이탈리아당국이 수사를 계속해온 3가지 사건에서 뚜렷이 부각된다.
3가지 사건이란 ▲지난해5월13일 성베드로광장에서 발생한 교황암살미수사건 ▲폴란드자유노조지도자「레흐·바웬사」암살음모 ▲북부 이탈리아지방에서의 무기및 마약밀수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발행되는 라스탐파지는 최근자유노조활동으로 불안정한 폴란드를 소련진영에 복귀시키는것이 교황암살기도의 목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신문은 「제임즈·도지어」미육군준장을 납치했던 이탈리아 붉은여단을 교사·협조한 혐의로 수감중인 이탈리아노조지도자 「루이지·스크리치욜로」의 말을 인용, 이같이 밝혔다.
이 보도에 앞서 교황저격사건에는 불가리아비밀조직이 관련돼 있으며 그 배후는 소련의 비밀경찰(KGB) 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었다.
3년전 서방으로 망명한 전볼가리아 정보원 「스톄판·스브레듈레프」대령은 11일 프랑스 리베라숑지와의 회견에서 교황암살음모에 가담한 불가리아 첩보요원들은 KGB의 지령을 받은것이 확실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이 계획이 「브레즈네프」공산당서기장의 승인아래 당시 KGB책임자였던「유리·안드로포프」의 주도로 추진됐다고 주장.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편 교황저격직후 현장에서 체포돼 종신형을 샅고있는 터키국적의 「메흐멧·일리·아흐자」는 최근 자신에게 교황암살에 필요한 장비를 건네주고 도피로까지 확보해놓았던 불가리아의 교관등 관련자들의 명단을 털어놓기 시작한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경찰은 이에 따라 불가리아의 벌컨항공사직원으로 이탈리아에 주재하고있던 「세르게이·이바노프·안트노프」를 체포하는 편펀 불가리아 외교관 2명, 터키인 5명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중 터키인 「베치르·셀렘크」는 불가리아에서 검거됐다.
이탈리아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불가리아정보기관은 「스크리치올로」의 협조로 동구권의 첫 독립노조인 폴란드 자유노조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쇄하려하기도 했다는겻.
80년12월 바르샤바로 파견된「스크리치올로」는 불가리아첩보요원들의 사주에 따라 지난해 12월13일 폴란드계엄선포직후 노조지도자들이 검거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에앞서 81년1월에는「바웬사」의 이탈리아 여행을 주선, 여행중에 살해하려는 계획까지 갖고있었다. 이 음모에는 이탈리아의 극제테러조직인 붉은여단도 개입된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한편 터키의 최대일간지 후리예드는 12일 불가리아에서 체포됐다고 발표된 「셀렘크」가 불가리아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비밀 경찰의 보호아래 호사스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신문은 터키마피아의 일원으로 알려진 「셀렝크」가 고급호텔에서 귀빈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을 소피아발 특파원기사로 보도하면서「셀렝크」가 그동안 무기밀매 혐의로 터키 경찰과 인터폴의 수배대상에도 올라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불가리아 커넥션파동에 대해 이탈리아의「에밀리오·콜롬보」외상은 12일 라 스탐파지와의 회견에서 『외교적 위기라는 말의 통상적 개념으로 보아 현재 불가리아와의 관계에대해 이러한 표현을 쓰는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양국관계를 포함한 최종결론이 내려질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가리아의 관영BTA통신은 13일 CIA(미중앙정보국)가 교황저격사건의 배후에 있었다고 시사함으로써 불가리아가 개입됐다는 비난을 강력히 반박했다.
이 통신은 교황저격범 「아흐자」는 나토회원국인 터키인이며 그가 터키감옥에서 탈옥할때 불가리아정보요원들의 협조를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이탈리아와 불가리아의 관계가 불가리언 커넥션파동으로 미묘하게 발전되자 이탈리아측은 지난 11일 소피아주재대사를 소환했고 이에앞서 로마주재 불가리아대사도 지난9일 불가리아로 되돌아간채 아직까지 귀임하지않고 있다. <외신종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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