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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짜고 엄한" 두교수에 영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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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가 없는 사람과 참되게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조그마한 정성을 올립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도리는 상(상)-. 작은 상패가 전부였지만 연세대의대 졸업반 학생 l백40명이 마련한 「올해의 교수상」시상식장은 감사와 존경, 감회와 흐뭇함이 넘쳐 흘렀다.
10일하오6시부터 하이야트호텔에서 열린 의대졸업반 사은회 자리에서 「올해의 교수상」을 받은 강두희교수(54·생리학)와 김병수교수(51·암센터원장·소아과)는 쑥스럽고 상기된 표정으로 등단, 소진탁학장이 학생들을 대신해 전달한 상패를 받고 한동안 어쩔줄을 몰라했다.
강교수는 『노벨상보다 더 값진 상을 받았다』고 기뻐했고, 김교수는 『모질게 했는데도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해준 것같아 고맙다』고 했다.
학생들은 4학년 종강일이었던 지난10월30일하오 모두 1백10명이 모여 「올해의 교수상」비밀루표를 실시했다.
6년동안 가르침을 받은 교수진 2백여명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2명을 뽑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의 교수」는 실력이나 인기등의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며 인생의 사표(사표)로 삼을수 있는 스승이어야 했기 때문.
이런 의미에서 「올해의교수」로 뽑힌 강교수와 김교수는 서로 판이한 개성을 가졌으면서도 적격이었다는 평.
강교수는 의술의 근본이요 기초학문인 생리학교실을 지키는 터줏대감으로 그의 강의를 듣는 본과 1,2학년 학생들에겐「유격장코스」로 통했다.
강교수에겐 휴강이나 적당 적당은 없었다. 학점도 짜기로 유명했고 서투른 실험실습은 여지없이 퇴짜를 놓았다. 강교수에게서 당한 학생도 적지않았으나 갈수록 고마움을 느끼게하고 멋도 풍겼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에게 「서부신사」란 별명을 붙었었다.
암센터 소장인 김교수는 「훈육주임」 「KBS」란 별명으로 블리는 호랑이선생님.
김교수의 강의시간은 흡사 고교교실같아 줄을 맞추고 시선을 집중하지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졌다.
강의시간에 지각하면 여지없이 「과외수업」을 받아야 학점에 이상이 없다.
함께 병실 회진을 할때도 엘리베이터 이용은 절대불가-. 엘리베이터는환자가 이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혹시 담배를 피우다가 들키는 때면 엉덩이에 발길질을 하기가 예사였다. 『KBS가 떴다』하면 갑자기 강의실이 조용해질 정도.
이같은 엄격함이 학생들에게 통하는 것은 김교수가 진심으로 학교와 제자들에게 애착을 갖고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이해했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끝나자 사은회장은 웃음과 대화의 광장으로 무르익어갔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담배피우다 혼쭐이 났던일, 과제물을 제대로 못해 학점을 걱정했던 일, 마음졸이던 임상실습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교수들과 어울려 흉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다.
기특하다는듯 제자를 바라보는 교수의 눈매와 스승에게 진정한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제자의 마음이 교차되는 시간이었다.
내파전공 함기백군(25)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상 교수가 학생에게 미치는 학문적·인격적 영향력은 더 큰것같다』며 스승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특별히 「올해의 교수상」을 선정한 것은 졸업후에도 스승을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후배들에게 스승을 존경하며 따르도록 하는 전통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자 강교수는 『요즘 스승과 제자, 특히 교수와 학생이의 관계가 허물어졌다는 개탄의 소리가 높다』며 사제관계와 세대차이를 뛰어넘는 성실한 자세로 서로 대화하고 노력하면 그렇게 풀기어려운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과대학의 경우 매년 졸업식장에서 학생이 선정한 「골든 애플상」이 교수에게 주어지며 수상교수의 초상화는 기념관 복도에 진열돼 영구보존된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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