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요금 일괄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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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말에 단행된 교통요금 인상을 보고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의문을 갖게된다.
첫째는 정부가 약속한 한자리 숫자의 물가안정과 어떻게 연관되는지가 의문이다.
물가에 미치는 가중평균으로 따져 한자리 숫자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는 지나친 변의적 사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광범한 의미의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감각은 이 같은 평균율의 개념이 아닌 선택적인 개념이다. 특히 개별물가의 변동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을수록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인식되게 마련인데 이런 접점이 가장 넓은 물가가 다름 아닌, 공공요금이다. 따라서 언제나 공공요금은 그 공공적 성격 때문에 국민의 인플레 감각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언제나 공공요금의 물가파급 효과는 평균으로 따져질 일이 아닌 것이다. 더우기 이번의 교통요금인상에는 두 자리 숫자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요금이 고속도로통행로, 철도요금 등 한둘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경제의 획일적 운영을 주장하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의 상대성을 고려한 신축성 있는 공공정책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그리나 바로 이런 이유로도 이번의 교통요금 인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의 상대성이나 공공정책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공공요금의 선도적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의 절제, 임금의 행정적 규제는 물론 이자율까지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끌고 가려는 정책의 의도와 공공요금의 대폭 인상은 서로 걸맞지 않는다.
두 번째 의문은 왜 공공요금은 언제나 연말에 한꺼번에 일괄인상 돼야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설사개별요금의 인상요인이 있다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별요금으로서 다루어져야 하며 연쇄 인상이나 일괄인상이 가져올 상승적 파급을 줄이는 쪽이 훨씬 더 경제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선례로 보아 예산 년도와의 균형이라는 필요성보다는 관료적 변의주의가 더 빈번히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해마다 연말·연시에 줄을 잇는 공공성 물가인상의 고질은 지양돼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의문은 공공요금의 인상 때마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문제는 어디까지 와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철도요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두 번씩이나 요율을 인상하면서도 경영의 정상화는 요원한 현실이다.
오랜 불황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공기업까지도 경영의 압박이 심각하리라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만 공공요금인상은 장기경영 개선계획의 뒷받침을 가질 때만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예산이 작금의 어려움 때문에 초 긴축을 지향하고있는 현실에서 공기업의 경영쇄신과 합리화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절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누적된 정부기업의 부실을 도식적인 요율 인상으로 호도하려는 발상은 이제 지양될 때가 됐다. 정부기업 일반의 장기경영 개선계획을 먼저 세우고 연차적으로 수익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어느 선까지인지를 정확하게 밝힐 때 비로소 공공요금정책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공공료율 조정의 합리적인 기준이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이번의 교통요금 인상이 비록 소폭이라 해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한 때에 이루어짐으로써 가계보다는 산업의 부담을 더 늘릴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내년은 대폭적인 재정적자와 통화증발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이 우려되는 만큼 연말의 교통요금 일괄인상이 국민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공요금의 인상은 언제나 그 시기의 선택이 중요하며 일괄인상은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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