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벌고 경험도 얻고 세모부업

연말연시 대목을 노린 세모부업(세모부업)이 대학생등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있다. 크리스머스카드나 성탄장식용 양초·박공예품·도자기등을 직접 만들어 팔거나 차를 끓이는 볶은 보리며 복조리따위의 기성상품을 떼어다 방문판매하는등 젊은이들은 『세모가 용돈버는 한철』이라며 다루어 부직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부업목적도 가지 가지. 학비를벌어야하는 자립파에서부터 취미활동비마련, 자선봉사비마련, 선물값마련, 유흥비 마련파에 단순히 사회를 배우기 위해 부업을 찾는파등 각양각색이다.
크리스머스 카드를 만들어 파는 학생들의 경우 낙엽·단품풍·코스모스등 특수재료 수집을 위해 가을부터 사업(?)준비에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방학과 동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4일 기말고사가 끝나 긴 겨울방학을 맞은 H전문대 이재은양(20·영문과2년)역시 이날부터 친구 2명과 함께 카드제작·판매계획·판매처교섭등으로 몹시 분주해졌다.
서울서교동 3평짜리 이양집 응접실이 바로 카드제작공장.
포스터컬러 아트지·가위·붓·헝겊·탈지면등이 너절하게 널려있고 간식용 귤과 비스킷까지 준비돼있다.
이양등은 10일동안 1천여장을 만들어 서점이나 레코드가게에 위탁판매 형식으로 처리할 예정. 1장당 원가는 50여원이며 판매가는 2백50∼3백원.
위탁판매수수료는 판매가의 40%쯤 떼므로 모두 팔릴경우 1장에 1백50원씩 15만원의 수입금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있으나 작업진도가 더뎌 계획에 다소 차질이 예상된다고 푸념이다.
사회경험을 얻기위해 사업(?)을 벌였다는 이양은 수입금으로 『크리스머스 이브때 친구들끼리 조촐한 파티를 꾸밀 예정』이라고 했다.
카드제작은 비교적 손쉽고 잘팔리며 예쁘게 만드는 재미도 있어 여학생들간에 인기있는 세모부업.
일부학생들은 은행잎·단풍잎·떡갈나무잎등을 가을부터 주워모아 약품으로 부서지지않게 한뒤 나뭇잎에 직접 글씨를 쓰거나 카드에 붙여 멋을 더하기도 하고 들국화·카네이션등 생화를 비닐에 싸서 카드나 겉봉투에 부착, 꽃냄새를 풍기게하는등 온 정성을 쏟고있다.
속지의 인사글도 시장상품의 틀에 박힌 어투보다 「눈이 오는 날밤 그대를 향하여 기도합니다」 「당신의 내년을 위해 뽀뽀롤 보내드려요」등 싱싱하고 낭만적인 귀절을 적어 넣는다. 목마의 시인 박인환의 싯귀는 즐겨 인용되는 대목.
다방·경양식집등에서 전시판매하는 학생도 있는데 카드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이들의 작품에 새롭고 풋풋한 맛이 있다며 판에 박은 기존상품보다 이를 더 좋아한다는것.
강동희군(22·전북대 인문대1년)은 군에 입대하기위해 휴학중 용돈마련의 한 방편으로 카드장사에 나서 자신이 직접 그린 2백여장의 카드를 서울 인사동 G찻집에서 전시판매중이다.
C고 졸업예정으로 학력고사를치른 이용숙양(18)은 본고사를 기다리는동안 초조감을 달랠겸 양초공예를 시작했다.
예쁜 양주잔에 빨강·노랑등 색색의 파라핀을 부어 곱디 고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당 원가는 4백∼4백50원.
요즘 하루 20여개씩 만들고있는데 오는 10일부터 작품1개에 2백원정도씩 이익금을 붙여 명동과 충무로일대에서 2명씩 3파트로 나눠 성탄절까지 2백개를 가두 판매할 예정이다.
이밖에 박공예품·도자기작품 등을 만들어 백화점과 아파트단지 쇼핑센터 진출을 노리는젊은이들도 많다. 이들의 작품은 재료비와 수공이 많이 들어 다량판매는 어렵지만 최근 선물용품으로 인기가 높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는것.
김진수군(26·외대불어과) 등 3명은 학비를 벌기위해 차를 끓이는 볶은 보리와 옥수수봉지를 들고 시내 중심가 사무실을 돌고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볶은 보리등을 가마니로 사다가 봉지에 나눠담은뒤 따끈한 차를 필요로하는 빌딩가를 누빈다.
하루 4∼5시간쯤 빌딩가를 돌고나면 운좋은 날은 최고3만원까지 수입을 올릴수 있어 방학동안 등록금도 마련할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이밖에 S대l년 황성환군등 3명은 사회를 배우기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에도 학교근처에서 군고구마장사를 할 예정이며 D대3년 김산옥군등 4명은 복조리장사를 계획하는등 연말연시 대목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각종부업이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허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