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 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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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산체제를 위협하는 자유노조 운동과 이를 진압하기 위한 정부의 계엄령 선포 등으로 지난 수년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폴란드가 이번 유엔 제1의 「마약 중독국」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폴란드 경찰당국의 공식추계로는 마약중독자 수는 약20만명.
그러나 보건당국은 실제중독자수가 50만명(전 인구의 1·4%)에 가까우며 이들 중 90%는 가장 무서운 헤로인 중독자라고 말한다.
지난해만 해도 바르샤바에서만 적어도 30명의 젊은이들이 헤로인 과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는 정치상황과 마약관제법의 취약성, 풍부한 헤로인 공급 등으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폴란드는 세계 제1의 약용모르핀 생산국으로 공인된 양귀비 경작면적이 3억9천 만명이 넘는다.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말린 양귀비 줄기 한 부대의 가격은 일반 노동자의 한 달치 봉급에 해당하는 60달러.
지난 수년간 유럽의 마약상인과 중독자들은 비교적 싼 헤로인을 사기 위해 폴란드에 몰려들었다. 지난 해말 군사정부가 들어선 후 외국인 여행자들의 입국이 크게 제한돼 거래는 크게 위축됐지만 폴란드가 아직은 유럽 헤로인 거래와 전국.
마약 상습자들은 대부분이 「공산치하의 지리하고 희망 없는 일상생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마약에 빠진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20세가 되면 직업을 갖지만 자신의 장기나 희망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봉급은 보잘것없고 아파트 한 채를 얻으려면 15년이나 걸린다』헤로인을 끊은 한 젊은이가 폴란드의 청년신문에 기고한 내용이다.
폴란드 정부는 마약거래를 줄이기 의해 새로운 법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법규정은 허점이 많아 마약이 번지는 것을 거의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
마약 밀매 범은 징역5년의 형을 받게되지만 대부분 3년만 복역하고 풀려 나온다. 더구나 마약사용자의 처벌규정마저 없다.
헤로인 중독자를 위한 치료기관의 부족도 문제다. 바르샤바에는 단지 1개 병원의 10개 병상이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유일한 의료시설이며 그 나마 재활센터는 없다.
바르샤바의 한 시민은『경찰은 젊은이들이 마약을 소지하고 다니느냐보다는 반정부 유인물소지여부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고 개탄했다. 【뉴스위크지·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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