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호조…메달 행진|「금」25∼26개쯤 기대 가능|아시안게임 인도텃세·북한추격 뿌리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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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인의『영원한 전진』을 표방한 제9회 아시안 게임은 폐막 사흘을 남겨 놓고 메달레이스의 윤곽이 굳혀지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잠자는 사자」중공의 대두, 일본의 조락이 뚜렷해진 반면 한국은 목표의 금메달 20고지를 훨씬 뛰어 넘어 3위가 결정적이다. 한국선수만은 출발직전 지난 대회에 이어 3위 목표를 결정하면서도 주최국 인도의 텃세와 북한의 추격을 예상, 종합3위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러면 한국선수단의 임원들을『지옥에서 천국으로』만들어 놓은 한국스포츠의 저력은 무엇이었는가.

<초반 인에 추월 당해>
한국은 초반 사이클 도로부문 첫 금메달 획득과 함께 일본·중공에 이어 3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중반에 들어 중공이 선두에 나서면서 한국도 육상에서 호조를 보인 주최국 인도에 추월 당해 비상사태를 맞았었다. 이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수영의 신데렐라 최윤희가 뜻밖에 나타나 3개의 금메달을 낚아 내면서 3위로 뛰어나가 의연 활기를 되찾았다.
이어 중반의 고비에서 의외에도 테니스가 부상, 개인전을 석권하면서 3위 목표의 안정권을 이룩한 것이다. 또 한국은 복싱에서 전 체급 4강 진출 등 복싱왕국의 위용을 과시하며 이젠 금메달 레이스에서 20개를 훨씬 뛰어 넘을 전망이다. 이 같이 한국은 중반에 궁도와 골프 등에서 차질을 빚었으나 기대 않던 수영과 테니스에서 의외의 성과를 거둬 다음대의 주최국가로서의 체면을 세우게 했다.

<궁도·골프서 차질>
이제 남은 아시안게임의 관심사는 한국이 앞으로 몇 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느냐 와 중공· 일본의 치열한 선두 다툼으로 좁혀지고 있다.
한국은 남은 사흘동안 복싱·레슬링의 투기종목, 배드민턴·농구·배구 등 구기종목, 그리고 사격·육상 등 기록경기 등을 남겨 놓고 있다.
한국은 복싱에서 4∼5개의 금메달추가가 예상된다. 또 사격권총, 육상 2백m의 장재근, 그리고 여자농구·배드민턴 여자개인전 등 이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8∼9개의 금메달이 예상돼 결국 금메달 총계는 25∼26개가 전망되고 있다.
또 중반에 중공에 크게 뒤졌던 8연패의 일본은 막바지에 사이클에 이어 레슬링에서 급 피치, 30일 현재 금 49·은 46·동 30개로 선두 중공 (금50·은41·동29) 과 사상 유례없는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일, 막바지서 기세>
앞으로 일본은 레슬링과 육상의 남은 종목에서, 중공은 배드민턴 개인전과 육상 및 농구·배구 등 구기종목에서 메달획득을 노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도 놀라>
한편 한국 테니스의 잇단 개가는 기대이상의 큰 성과로 국내외 전문가들마저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대회(여자 단·복식 우승)에 이어 2∼3개의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7개 종목 중 남자 단체전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종목을 석권할 기세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이 항상 적응력 부족으로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던 잔디코트에서 이룬 것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테니스에서 한국선풍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으로는 그 동안 수년에 걸친 투자가 결실을 거뒀다는 중론이다.

<적응력 부족을 해결>
테니스협회(회장 이종록)는 그 동안 1억 원의 기금을 마련했는가 하면 태릉선수촌과 장충 코트에 인조코트를 겸비하여 잔디코트의 적응력을 높였다.
또 협회는 지난 80년부터 구미와 호주 등 잔디코트가 있는 테니스 선진국에 빈번히 선수들을 파견, 전지훈련 및 국제대회에 출전함으로써 경기 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는 다른 대회와 달리 인도·일본의 프로선수들이 출전을 못함으로써 한국이 독무대를 이루게 됐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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