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사관 벽에도 탄흔 역역|본사 이창성 특파원 레바논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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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말이 취재지 목숨을 건 전쟁이었다. 전운이 감도는 베카계곡을 다녀오다보니 산능선을 따라배치된 대공포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 급히 자동차를 세워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핑핑』 『따다닥』하고 머리위로 총탄세례가 쏟아진다. 황급히 차를 몰고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등골이 써늘하다. 시리아군, 이스라엘군, PLO전사들 모두가 취재당하는 걸 달가와하지 않는다. 남의나라 땅에 들어와 있는게 미안해서일까? 레바논정부군과 민병대들 취재도 만만치가 않았다. 찍고 있던 필름2통을 압수당하고 나서는 바지가랑이 속에 감춰둔 필름마저 빼앗길까봐 재빨리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폐허화된 베이루트시 곳곳에 쌍인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불발탄과 지뢰같은 불청객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북새통에 한가로운 모습으로 여가를 즐기고 있는 미군(평화유지군)병사들의 모습을 보고서야『아차, 오늘이 내 생일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사진 베이루트="이창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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