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비서관 "청와대 온 뒤 박동열과 연락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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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봉근(사진) 청와대 제2부속 비서관이 9일 ‘정윤회 동향문건’의 제보자로 지목된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의 접촉설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단 한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문건파문이 터진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온 안 비서관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제기되자 처음으로 민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자로 ‘박 전 청장이 동향(경북 경산)인 안 비서관을 수시로 만나 권력 측근의 동향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문건 제보자라는 박 전 청장과 안 비서관이 자주 만났고 박 전 청장이 안 비서관의 얘기를 박관천 경정에게 옮겼다면 문건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나온 얘기를 모은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빈 틈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서둘러 의혹이 확산되는 걸 차단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비서관은 정부 출범 이후 동향 모임 같은 자리엔 아예 나가지 않는 걸로 안다”며 “박 전 청장은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 조사까지 받은 걸로 아는데 그와 가깝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청장은 2012년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선상에 올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국세공무원 교육원장을 끝으로 2012년 공직에서 물러나 세무법인 호람을 설립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고리 권력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안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후 말썽이 날 소지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나름대로 지켜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문건 내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찌라시에 ‘이정현은 근본 없는 놈’이란 말이 있었다고 한다. 빈총도 안 맞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기분은 영 거시기 했다.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호남에서 19년 동안 네 번씩이나 출마를 하고 호남 사람이 새누리당에서 30여 년 활동하고 있으니. 근본 없는 놈에게 대통령 수석 두 번, 집권당 최고위원 두 번, 국회의원 두 번의 기회를 주신 대통령님과 새누리당 분들이 한없이 고맙다. 돌아보면 근본 없는 놈이라는 눈총은 나를 더 단련시켰다. 이정현은 이정현 다울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정현 촌놈이고 그것이 이정현다움이다. 어쩔건데.”

 개별적 반응을 빼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동시에 ‘로키’로 전환하면서 문건 정국에서의 대응 수위를 낮췄다.

 청와대는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건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련 의혹을 ‘찌라시’에 나올 얘기로 규정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건이 김 실장 지시로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고소하면서 공격적 방어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문건 문제를 언급하면 할수록 파문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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