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캠의 위력, 묻혔던 걸그룹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디지털 팬덤’의 위력을 보여준 ‘EXID’. 데뷔 3년차인 이들이 8월 발표한 싱글 ‘위아래’가 뒤늦게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음원 차트에 재진입했다. 왼쪽부터 솔지, 정화, 혜린, 하니, LE. [사진 예당엔터테인먼트]

5인조 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의 인기가 거세다. 지난 8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위아래’가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다. 발표 당시만 해도 음원차트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위아래’는 넉달이 지난, 9일 현재 멜론 실시간차트 6위까지 올랐다. 이른바 ‘차트 역주행’이다. 활동을 중단했던 이들은 지난 주말부터 ‘뮤직뱅크’(KBS2) 등 음악 프로에 다시 출연하기 시작했다.

 인기의 발단은 ‘직캠’ 영상이었다. ‘직캠’은 팬들이 직접 찍은 무대 영상이다. 한 팬이 파주 군부대 위문공연 중이던 EXID의 멤버 하니의 영상을 찍어 지난 달 블로그에 올렸고, 골반을 흔드는 선정적인 춤동작이 이목을 끌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남성들이 주로 시청하는 한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가 골반춤을 따라하면서 입소문은 증폭됐다. 제작자나 가수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다.

 ◆‘디지털 팬덤’ 파워=데뷔 3년차 중고 신인을 갑자기 스타로 만든 것은 SNS의 힘이었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타파크로스에 EXID의 인터넷상 노출 빈도를 의뢰한 결과, 트위터 76%, 기사 12.5%, 블로그·커뮤니티 등이 11.5%였다. SNS에서 형성된 디지털 팬덤이 EXID의 인기를 견인한 셈이다. 디지털 팬덤은 열성팬 집단과 그 문화를 뜻하는 ‘팬덤’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면서 진화한 개념이다.

 내년 트렌드를 예측한 『2015 생생트렌드』(더난출판)에 따르면, 이 용어는 단순히 문화 현상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가 될 거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참여형 소비자인 ‘프로슈머’(producer+consumer :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를 뜻하는 합성어)로서, ‘직캠’을 생산하고 SNS로 유통하며, 수익을 얻기도 한다. 헐겁게 모인 가상의 집단이지만 영향력은 대단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온라인에서 급부상한 것이 그 예다.

타파크로스 김용학 대표는 “디지털 팬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스타를 만든다. 스타의 진입장벽이나 충성도가 낮기 때문에 휘발성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섹시 마케팅’ 남성팬 움직여=EXID 사례의 특징 중 하나는 소녀팬이 아닌 남성팬이 시장을 움직인 점이다. 수위의 한계가 없는 웹상에서 걸그룹의 노골적인 섹시 마케팅이 음원 차트까지 화력을 발휘한 셈이다. 네티즌들은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야한 안무와 의상을 성인 인증 없이 손쉽게 볼 수 있었다. EXID도 행사용 안무와 방송용 안무를 달리 만드는 등 선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섹시 컨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위 아래’ 곡 자체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노래는 “위 아래, 위 아래”가 반복되는 중독성 있는 댄스곡이다. EXID는 ‘비스트’ ‘포미닛’ 등을 프로듀싱했던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본명 이호양·31)가 기획했다.

신사동호랭이는 “기존 걸그룹과 달리 프로듀서 능력이 있는 멤버 LE를 주축으로 실력파 친구들을 모았다”며 “선정적인 부분이 주목 받았지만 앞으로 보여드릴게 많은 팀”이라고 전했다.

김효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