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반영 과목에 신경 쓰길 … 학생부 0.1점까지 따져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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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능시험은 누가 잘하냐를 겨루는 장이다. 그런데 2015학년도 수능에선 실력을 제대로 판가름하기 어려워졌다. 만점자가 속출하고 동점자들이 양산돼서다. 이런 경우 눈치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물 수능’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2학년도 대학입시가 그랬다. 당시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 경쟁률이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하향안전 지원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주요 대학 경영학과·의예과 경쟁률이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정시모집에서도 일부 감지된다. 이 같은 상황에선 사소한 변수들의 영향력이 커진다. 동점자가 많아져 작은 점수에도 당락이 갈릴 수 있어서다.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들을 눈 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 열린 한 대학입시 설명회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별 합격선 배치표를 보고 있다.

 
과탐, 과목 반영률·변환점수 유의

2015학년도 수능시험은 국어가 어렵고 수학·영어·사회탐구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자연계열에서는 수학 B형이 쉽고 과학탐구(과탐)가 어려웠다. 따라서 미세한 점수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은 과탐의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와 대학별 백분위 탐구보정점수(대학 자체 변환표준점수) 차이까지 고려해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백분위가 같아도 표준점수 차이에 따라 변환표준점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대학도 있고,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백분위 차이에 따라 대학환산점수가 다른 곳도 있다”며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은 과탐 선택 과목에 따라 환산점수가 다를 수 있으니 대학별 변환표준점수 차이와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탐구 과목 수도 점검해야 한다. 국어·영어·수학과 달리 탐구는 선택 과목에 따라 유·불리 차이가 큰 편이다. 즉 과목 선택에 따라 원점수는 같지만 표준점수나 백분위의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종운 이사는 “이 편차에 따른 유·불리를 없애려고 대학들이 백분위나 백분위를 통한 변환표준점수를 쓰지만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문계열 수험생은 탐구영역 반영 과목 수가 1개이면서 제2외국어를 대체하는 전형에 조심해야 한다. 지원 가능한 점수를 계산할 때 제2외국어를 포함하기 어려워 지원할 때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2외국어를 탐구 한 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학은 경희대·고려대·국민대·단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차의과학대·한국교원대·한국외대·한양대 등으로 많은 편이다.

교차지원, 가산점 유·불리를

교차지원도 변수로 꼽힌다. 자연계열이 인문계열에 비해 수험생이 적고 합격선도 낮아 인문계열에서 자연계열로 교차지원하는 수험생도 있다.

 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교차지원하기 어렵다. 자연계열은 국어A·수학B·과탐을 지정해 대부분 교차지원이 어렵다. 반면 인문계열은 국어B·수학A·사탐(또는 과탐)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아 탐구 제한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과탐 응시자 중 국어B·수학A 응시자는 거의 없어 교차지원 변수가 크지 않다.

 상위권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국어·수학·영어·탐구에 대한 제한이 없어 교차지원 문이 넓다. 또한 영역을 제한하는 학과와 제한이 없는 학과가 섞인 대학엔 점수 상승을 노리고 수학A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문호를 넓힌 자연계열 학과들의 경쟁률이 높게 형성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차지원할 땐 가산점에 주의해야 한다. 지정 영역(과목)이 없어 모두 지원할 수 있어도 계열·학과 별 특성에 따라 B형과 특정 탐구 영역에 5~30%의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표준점수를 적용하는 대학은 가산점 비율이 5%를 넘으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수학 B형의 표준점수가 낮거나 가산점 비율이 5% 미만일 경우엔 가산점에 따른 유불리 차이가 적지만 백분위 반영 대학은 가산점에 따른 유·불리가 뚜렷해 백분위가 같으면 가산점 비율 만큼 점수차가 벌어진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학 A·B형을 반영하는 경북대 자연계열 일부 학과는 A형에 15%를 깎기도 한다”며 “교차지원할 때 가산점 비율과 영역 유형별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5학년도 정시모집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비율(일반 기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봐야

올해 정시모집은 수능시험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대학 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도 반영하는 전형과 비교해 어디가 유리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부 반영비율이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은 10%, 서울시립대는 20%, 인하대는 30%에 이른다. 이는 동점자가 많은 올해 경쟁상황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점수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중요한 것은 모집요강에 표현된 명목상의 반영률이 아니라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이라며 “고려대의 경우 1등급과 2등급 차이기 0.1점에 불과할 정도로 외형상 10%여도 실질 반영비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올해는 동점자가 많으므로 0.1점도 당락에 영향이 크므로 유·불리를 계산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종운 이사는 “올해 정시에선 우선선발이 폐지됐지만 대학이나 모집군에 따라 수능과 학생부 반영비율이 다르거나 같은 모집군·모집단위 안에서도 수능과 학생부 반영비율을 다르므로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을 꼭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가합격, 비인기학과 적어

올해 정시에선 추가합격 가능성을 지원전략의 하나로 고려해 볼만하다. 김명찬 이사는 “서울대와 의·치·한의예 모집정원이 늘어 상위권 수험생들의 이동범위가 지난해보다 넓어져 중위권 수험생의 이동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상위권 학과에서 추가합격자가 많으므로 상위권 학과에 소신지원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시에선 중복합격에 따른 추가합격이 빈번히 일어난다. 가군이나 나군에 소신 지원한 수험생은 나머지 모집군엔 대체로 안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중복 합격하면 최종 합격선이 최초보다 하락할 수 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면 상위권 대학에선 중복합격에 따른 이동이 많아져 추가합격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인기학과일수록 다른 대학들과 중복합격이 늘어 다른 학과에 비해 추가합격자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만기 이사는 “비인기학과에선 학과보다 대학 간판을 고려해 소신 지원하고 타 모집군에 안전 지원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합격하면 등록률도 높아 추가합격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그 결과 최종 합격선이 최초 합격선과 비슷하거나 예상보다 높아지기도 해 비인기학과에 지원할 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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