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세계 최강 주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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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도르(右)가 크로캅의 얼굴에 오른손 훅을 터뜨리고 있다. [드림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와 도전자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의 타이틀전이 벌어진 28일 일본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수퍼아레나.

발 디딜 틈 없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7000여 관중은 젊고 열광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무대는 더 화려해 보이고 음향은 더욱 격렬하게 느껴졌다. 20대 젊은이들은 가장 비싼 표가 100만원, 가장 싼 표가 7만원인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열기를 내뿜었다. 입식타격기 K-1이 발라드 무대라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는 록 콘서트장이었다.

선수 입장 때는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고 경기 중에는 펀치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호흡을 맞췄다. 인간 중 가장 강한 선수끼리의 대결이라는 뜻에서 '60억 분의 1'이라고 광고된 쇼비즈니스 타이틀전을 온몸으로 즐겼다.

경기는 '얼음 주먹'으로 불리는 냉혹한 승부사 표도르가 크로캅에 3-0 판정으로 이겼다. 크로캅은 경기 전 "유고 내전 당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기일이 바로 8월 28일"이라며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경기 내내 불리한 그라운드 자세에서 경기를 치렀다.

표도르는 1라운드 초반 크로캅의 펀치를 맞고 코피를 쏟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크로캅을 넘어뜨린 뒤 주먹으로 안면을 두들겨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그라운드 자세로 경기를 몰고가 승리를 안았다.

크로캅으로서는 아쉬운 승부였다. 1라운드 4분쯤 왼손 스트레이트를 표도르의 얼굴에 거푸 꽂아 휘청거리게 만들었지만 '필살기'인 하이킥을 시도하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화끈한 경기로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로캅은 지고서도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미들급 그랑프리 결승에서는 모리쇼 쇼군(브라질)이 히카르두 아로나(브라질)를 TKO로 꺾고 우승했다. 1라운드 3분쯤 매트에 쓰러진 아로나의 안면에 강력한 오른 주먹을 잇따라 내리꽂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 체급의 절대 강자였던 반드를레이 시우바(브라질)는 준결승에서 아로나에게 판정패했다.

사이타마=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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