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 포함해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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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위기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7일 평창 올림픽과 관련, 분산 개최를 의미하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의 적용을 거론했다. 로이터통신은 “평창 올림픽 썰매 종목을 일본 나가노(長野)에서 치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결정적 이유는 강원도가 최근 개최권 반납을 언급하는 등 단독 개최 능력에 의구심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핵심은 돈이다. 최근 약 1300억원을 들여 평창에 개·폐회식장을 포함한 ‘올림픽 플라자’를 짓기로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재정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재정자립도가 21.6%(지난해 기준)에 불과한 강원도는 건설비 75%의 국비 충당을 주장하지만 기획재정부는 30%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는 개최권 반납을 거론했으며 이를 지켜본 IOC는 평창의 개최 능력을 의심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삼수 끝에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의 입장에서 분산 개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라는 IOC의 압력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예산 투입으로 급한 불을 끌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경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국민 세금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지금 평창 올림픽 조직위와 강원도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대회를 구조조정하는 일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평창은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의 사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창은 과도한 투자로 재정이 거덜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과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강원도는 올림픽이 더 이상 ‘훈장’이 아니고 냉혹한 현실임을 자각해야 한다. 스폰서와 재정지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평창은 지금부터 올림픽 분산 개최를 포함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