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정, 베트남전 외교문서 공개] 일제 피해보상 새 국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가 26일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힘으로써 피해자 보상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한 것이므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선 따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유종상 기획차관은 "일본에 법적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유엔 인권위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장 법적인 대응을 하기보다 우선 외교적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입장 변화는 일제 피해자의 보상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청구권 자금으로 받은 1059억원 중 90%를 경제 개발 등에 투입했고 10%만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했다. 그나마 보상받은 사람은 사망자 8552명뿐이었다.

그동안 종군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개인 또는 민간단체 차원으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일본법상 시효가 지났다'거나 '개인은 국제법상 소송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태평양전쟁 희생자 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 사무국장은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는 시효를 적용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소송주체가 돼 국제사법재판소나 유엔인권위를 통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경우 피해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상 대상자를 분류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액을 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피해 신고인 수는 현재 20만3000명에 이른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