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은 다음달 5일 시작되는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이 '국빈 방문(state visit)'은 아니라고 23일 밝혔다. 그보다 격이 낮은 '실무 방문(working visit)'이라는 것이다. 국가 주석 취임 후 첫 번째 방미를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던 후 주석의 의도가 빗나간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발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미가 해당국의 초청을 받은 '국빈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항의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미국은 후 주석의 방미 격식에 관계없이 실제 의전을 국빈방문 급으로 맞췄다. 환영 예포 21발을 발사하고, 의장대를 사열토록 하며, 백악관 옆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를 숙소로 내준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의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주미 중국 대사관이 후 주석의 방미에 대한 격식과 예우를 놓고 미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후 주석을 '홀대'하는 까닭이 미국 내 '중국 위협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소폭 절상하는 데 그쳤고, 대미(對美)무역적자 해소에도 소극적이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일부 언론은 "25일 끝난 중국.러시아 합동군사 훈련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정상 간 대화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26일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에게 에너지 회사 인수 문제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 논리 때문에 지난달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미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가 좌절된 점을 따질 방침이라는 것이다. 당시 CNOOC는 경쟁사인 셰브론보다 14억 달러나 많은 185억 달러의 인수 금액을 제시했으나 미 의회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
부시 대통령은 또 후 주석에게 1000억 달러가 넘는 대중 무역 적자(2004년 기준)를 줄이고 위안화를 추가 절상하라고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의식해 후 주석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와 마이크로 소프트(MS)사를 들를 예정이다. 보잉사에서는 대규모 항공기 구입 계약도 체결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