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구 선수 끝내 단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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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라스베가스=이영섭 특파원】프로복서 김득구는 미국의료진과 한국 한방의들의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원한지 99시간만인18일 상오11시(한국시간)끝내 숨지고 말았다.<관련기사 5면>
데저트 스프링즈병원 대변인은 18일 상오11시20분(한국시간) 김 선수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김 선수의 사망이 선언된 18일 상오11시20분 열린 기자회견은 김 선수의 어머니 양선녀씨가 슬픔을 억누르고「내 자식은 세상을 떠났다』는 짤막한 말로 시작됐다.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자식의 죽음을 선언한 양씨는 또렷한 목소리로 옆에 앉은 주치의에게『그동안 내 자식의 생명을 소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어 대단히 고맙습니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김득구 선수는 네바다주법에 의해 1982년11월18일 상오11시 사망한 것으로 선언한다』 고 정부를 대표한 조남신 로스앤젤레스영사가 발표하자 기자들은 언제 생명보조장치를 멨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영사는『생명보조장치는 지금 이 시간까지 다 제거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다만 김 선수의 어머니가 네바다주 지방법원판사 앞에서「내 아들은 사망했습니다」라고 선언한 것이 곧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침 어머니 양선녀씨(65)『주치의와 모든 사람들이 내 아들이 이미 죽었다고 하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병원 측이 요구하는 대로 보조장치를 떼는 것이 좋겠다』고 당초 산소호흡기를 달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생명보조기 제거를 결정했다.
어머니 양씨는 상오8시15분 병실에 들어가 아들 김 선수를 마지막으로 5분간 대면했다. 이어 9시40분 라스베가스의 영광교회 문홍구 목사와 한국권투위원회 양정규 회장·판사·검시관 등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병실에 들어가 임종기도를 한 뒤 임종을 지켜봤다.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양씨는『득구는 죽었지만 그의 정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그동안 득구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준 미국 측에 심장과 신장을 줌으로써 득구의 신체적 일부가 몸은 다르지만 살아있을 것이다』고 울먹였다.
김 선수는 18일하오2시 신장, 하오5시 심장이 이식된 뒤 생명보조기가 철거될 예정이다.
김 선수의 주치의였던「해머그린」박사는『김 선수의 사망은 심한 뇌 손상에 의한 뇌출혈』 이라고 단정짓고『김 선수 못지 않게 심장과 신장을 기증한 어머니 양씨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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