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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절대로 못 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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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라스베가스=이영섭 특파원】『득구야! 내가 왔다. 제발 눈 좀 떠봐라.』멀리 이역에서 쓰러진 아들을 만나러 13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김득구 선수의 어머니 양선녀씨(65)는 17일 상오10시30분(한국시간)아들의 병실에 들어서면서 흐느끼기부터 했다. 『득구야! 네 에미가 여기 왔어. 제발 눈 좀 떠봐. 네가 죽는다니 이게 웬 말이냐. 내가 죽지, 나하고 바꾸자』하고 울부짖었다. 어머니 양씨는 아들의 창백한 손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김 선수의 형 김근룡씨(34)도 흐느꼈고 이를 지켜보던 간호원도 말을 모르면서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 양씨는 병상에 엎드려 일어날줄 몰랐으나 일행들의 권유로 10여분만에 아들 근룡씨의 부축을 받고 2층 병실을 나섰으며 처음 예정됐던 주치의「해머그린」박사와 면담을 미룬 채 바로 호텔로 향했다.
김 선수의 매니저 김현치씨와 형 근룡씨 등은 김 선수 어머니의 쇼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호텔에서 안정을 시킨 뒤「해머그린」박사 등 관계자와 만나는 시간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만약 미국에서 아들을 살리지 못한다면 산소호흡기를 꽂고서라도 서울로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양씨는『산소호흡기를 떼어 내면 죽는다는데 절대로 떼지 못하게 하겠다』또『온 국민이 득구의 쾌유를 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한방요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머그린」박사는 이날 상오9시 디저트 스프링즈 병원에서 가진 내외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김 선수의 뇌의 기능은 이미 죽어 있긴 하나 심장만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머그린」박사는 또 김 선수의 어머니와 가족을 만나 그들의 희망이 무엇인가 들어보고 퇴원을 희망하거나 서울로 데려가기를 원한다면 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수술 이후 여러 차례 최종 단계검사인 E·E·G(뇌파검사)를 실시했으나 뇌의 반응이 전혀 없어 가족이 도착해서 결정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E·E·G검사는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전기감응으로 뇌의 활동을 체크하는 것이며 관자의 반응이 그래프에 파장을 그리지 않고 평행선을 그을 때는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24시간 간격을 두고 2차례의 E·E·G테스트에서 뇌의 반응이 평행선을 그릴 경우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게 통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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