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복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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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백봉사란 정직과 근면, 그리고 국민의 편익에 충성스런 공복의 자세를 말한다. 공무원들 가운데는 자신의 직책이나 직무를 출세영달이나 심지어 치부의 수단으로 여겨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개중에는 누가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맡은바 직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중앙일보가 77년부터 청백봉사상 제도를 만들어 모범적인 지방 공무원들을 표창해온 것은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 공무원을 발굴, 격려함으로써 우리의 공직자사회에 청량한 기풍이 생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년도 제6회 수상자가운데는 쥐꼬리만한 자신의 봉급을 털어 불우청소년들을 도운 공무원이 있는가하면, 반신불수의 할머니, 만성간질환자들까지 헌신적으로 돌본 간호원도 있으며, 오지마을의 소득증대에 앞장서온 말단 지방공무원, 31년 동안 가축사육지도에 힘써온 축산지도 공무원이 포함되어있다.
물론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충실하게 일하고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공무원들이 해야할 마땅한 책무다. 하지만 국민의 편익보다는 상사의 눈치 살피기나 무사안일에 젖기 쉬운 오늘날의 공직풍토에서 맡겨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찾는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반드시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직분을 알고 거기에 충실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사는 시민들의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또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별달리 자신의 취향에 맞아서 하는 일이 아닌데도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성심껏 수행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건전하고 희망이 깃 든 사회인 것이다.
공직자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요직에 울라 앉아서 외면적으로 커다란 일을 해야만 보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미관말직이라도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공무원들이 많을 때 한 나라, 한 사회는 발전의 기틀을 잡게될 뿐 아니라 인간적 가치의 참된 뜻도 밝히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모범공무원이라고 포상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해도 자신의 공적을 사실 이상으로 남에게 알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시체말로 「자기 PR시대」라고 해서 그런 행위가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겨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 그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공무원의 「모범」이라고 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이다. 남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알고 양보도 할 줄 아는 인간적인 미덕을 지닐 때 「모범」의 의미는 한결 빛을 더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제5공화국 발족이후 깨끗한 공직자상의 확립을 위해 갖가지 시책과 노력이 경주되고 있거니와 그 모든 일은 요컨대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양심적으로 봉사하는 자세를 확립하자는 데 그 뜻이 있을 것이다.
「청백봉사상」 제정의 본뜻도 사표가 될만한 공무원을 발굴, 그들의 사기를 돋워줌으로써 공직풍토쇄신에 이바지하려는데 있다.
봉사상수상자들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이 공직자사회에 확산될 매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두터워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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