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4체급 정복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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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이애미(플로리다주)=외신 연합】 프로복싱 1백년사상 처음 4개 체급 제패의 신화를 창조하려던 「알랙시스·아르게요」(30·니카라과)의 꿈은 무참히 무산되고 말았다.
13일 낮(한국시간) 마이애미 오린지볼 경기장 특설링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아론·프라이어」(27·미국)는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펼친 끝에 14회 중반 17개의 소나기 펀치를 도전자「아르게요」에게 무차별로 퍼부어 TKO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프라이어」는 6차 방어에 성공하면서 32전 전승(30 KO)에다 24연속 KOTMD으로 무패를 기록했다. 또 「아르게요」는 WBA 페더급·WBC 주니어 라이트급·WBC 라이트급 타이틀에 이어 4개 체급 석권의 꿈이 깨졌다. 「아르게요」는 76승(62 KO)5패를 마크하게 됐다.
이날 키가 8m나 작은 「프라이어」(1m70cm)는 1회 공이 울리면서 저돌적으로 파고들어 「아르게요」를 사정없이 몰아쳐 승부가 일찍 판가름 나는 듯 했었다.
그러나 「아르게요」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가드를 올린 채 받아치기를 시도하며 맞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흑인 「프라이어」는 가드를 내리고 초반 KO승을 노리며 공세를 벌였으나 승부가 나지 않자 5회부터는 아웃복싱을 펼쳐나갔다.
「아르게요」는 6회에 왼쪽 눈 위가 크게 찢어지면서 더욱 고전했으나 중반인 8회에 들어서서 사력을 다한 반격을 시도했지만 「프라이어」의 빠른 발놀림과 몸놀림에 유효타를 적중시키지 못했다. 13회엔 두 복서가 서로 엉겨 난타전으로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14회에 들어 승부는 극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프라이어」는 링 가운데에서 체력이 떨어진 「아르게요」의 안면에 원투 스트레이트를 퍼부으며 로프로 몰아 붙인 후 무려 17개의 소나기 펀치를 무차별로 난타하자 남아연방의 「크리스토들루」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생애 첫 KO패를 당한 「아르게요」는 경기 중단 후 캔버스에 드러누운 채 3분30초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노장 「아르게요」는 이번 대전이 21번째의 세계타이틀매치로서 신화를 창조하려 했으나 역시 펀치력과 체력의 열세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까지 3개 체급을 석권한 복서는 영국의 「보브·피치몬즈」(미들급 1891년·라이트헤비급 1903년·헤비급 1897년), 미국의 「토니·칸초에리」(페더급 1927년·라이트급 1930년·라이트 웰터급 1931년), 「마니·로스」(라이트급 1933년·라이트 웰터급 1933년·웰터급 1934년), 「헨리·암스트롱」(페더급 1936년·라이트급 1938년·웰터급 1938넌) 그리고 현재 푸에르트리코의 「월프레도·베니테스」(라이웰터급 1976년·웰터급 1979년·현재 WBC 슈퍼 웰터급 1981년)와 「아르게요」 등 6명이었다.
이날 계체량에서 「프라이어」는 한계 체중인 63.5kg을 간신히 지켰으며 「아르게요」는 62.8kg으로 여유를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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