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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시애틀커피 사들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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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끝이 없어보이던 스타벅스의 성장세가 한계에 도달했나.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시애틀 커피를 인수한데 대한 시장의 반응이 묘하다.

스타벅스는 파파이스 치킨 등을 운영하는 국제적 프랜차이즈 업체인 AFC 엔터프라이즈로부터 시애틀 커피를 현금 7천2백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시애틀 커피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하고 있는 1백29개 '시애틀스 베스트 커피' 체인점과 21개 '토레파지오네 이탈리아커피' 체인점을 인수하게 됐다.

경쟁업체 인수는 대금을 지나치게 비싸게 치르지 않는 한 몸집을 키운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수 발표 후 스타벅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오히려 냉정한 편이다. 스타벅스 체인점이 이젠 포화상태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등이 아니냐는 것이다. 소매 판매인 체인점 사업이 더 커지기 힘들다고 판단해 커피 도매 판매 쪽으로 눈을 돌리려는 게 이번 인수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인수한 시애틀 커피는 소매 부문이 있긴 하지만 도매 판매 비중이 큰 회사다. 도매를 많이 하다 보니 마진율도 적다. 시애틀 커피의 2001년 커피 매출은 9천4백만달러인데 영업이익은 6백20만달러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6.5%에 불과했다. 스타벅스의 2002년 소매부문 영업이익률(16.7%)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오린 스미스 스타벅스 회장도 시애틀 커피가 보유한 1만2천개의 식당.식료품점 판매망을 활용해 호텔.병원.대학 등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미국 격주간 경제지인 포브스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스타벅스의 시애틀 커피 인수는 고수익을 내던 스타벅스의 소매 체인점 사업이 시들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3억달러를 기록한 스타벅스의 매출 가운데 77%가 스타벅스 북미지역 체인점에서 나왔을 정도로 스타벅스의 소매 비중은 높다.

스타벅스는 지난 2분기(1~3월) 매출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오른 9억5천4백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순익은 21% 늘어난 5천2백만달러였다.

포브스는 스타벅스가 여전히 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주가수익 비율이 39배에 달할 정도로 고평가될 이유가 있는지 월가에서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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