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미디어 야망 만리장성 못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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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중국에서 황금시간대 공중파 TV채널을 가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1억 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방송을 할 계획이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74)이 6개월 전 자사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꿈을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외국방송의 자국 진출을 계속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5일 머독이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프의 중국 TV시장 진출이 물거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세계 최대 미디어 시장인 중국진출을 위해 지난해 중국의 칭하이(靑海)성 위성TV와 수천만 달러규모의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막대한 중국의 TV광고시장 물량을 겨냥해 올해부터 칭하이TV를 통해 홍콩의 스타TV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프로그램의 내용이 자체 심의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대부분 프로그램의 방송을 불허하고 있다. 뉴스코프의 재니 푼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가 칭하이 방송 채널을 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베이징(北京) 공상국(工商局)도 지난 6월부터 뉴스코프의 중국 내 자회사인 '베이징 핫키 인터넷'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코프가 지역 케이블 운영업체를 통해 자사 소유의 해외 프로그램을 중국 정부의 허가없이 방송했다는 게 그 이유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공중파 TV채널을 임차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코프는 중국 내 31개 외국 케이블 채널 가운데 6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녀 11월엔 이들 케이블 업체를 관리하기 위해 '베이징 핫키 인터넷'을 설립했다.

미국의 폭스TV와 홍콩의 봉황TV등 세계 각국에 수백 개의 미디어사를 경영하고 있는 머독은 최근 수년 동안 방송 인허가권이 있는 중국공산당 고위간부의 아들을 통해 중국 공중파 TV 진출을 협상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가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협상 채널을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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