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도청 테이프 공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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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도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 파문이 일고 있다. 타블로이드신문인 뉴욕 포스트는 22, 23일 '퍼타키의 비밀 테이프'라는 제목으로 조지 퍼타키 뉴욕 주지사와 관련된 도청 녹취록을 보도했다. 퍼타키는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도청 테이프에는 퍼타키가 그의 측근 토머스 도허티, 부인 리비 퍼타키, 전 상원의원 알폰스 다마코 등과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신문은 1996년 또는 97년 녹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퍼타키의 후원회장이었던 도허티는 당시 뉴욕 주정부 내 주요 관직을 추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도허티는 "내가 추천한 인사들에 대한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주지사가 최근 승진시킨 사람은 공화당원을 말살시키려는 골수 민주당원"이라고 비난하는 대목도 있다. 도허티는 현재 로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부인 리비 퍼타키가 남편에게 "그런 잡다한 정치행사까지 모두 쫓아다녀야 하느냐" "도나 하노버(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부인)는 늘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장면도 공개됐다.

퍼타키 주지사는 도청 테이프의 내용이 공익과 관계없으며 불법적으로 보도됐다며 뉴욕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퍼타키는 그러나 도청 테이프 내용의 진위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데이비드 카탈파모 주지사 대변인은 "동의 없이 개인 간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 포스트의 콜 앨런 에디터는 "우리는 공익을 위해 보도했으며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주 정부의 요직이 주지사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 독자들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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