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위원 다변화" 10년 전에도 개선안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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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출제·검토위원 선발 강화, 문제은행 도입 등을 포함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개선안을 10년 전인 2004년 내놨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 출제 오류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8일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수능대책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수능 출제·관리·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자료에서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는 언어영역에서 첫 출제 오류가 확인된 2003년 수능 직후 대책 마련에 나서 2004년 3월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엔 ▶출제위원 다변화(대학별·지역별 출제위원 구성 다양화 등) ▶출제위원 검증 강화(고3 자녀를 뒀거나 최근 5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한 사람 배제) ▶문제 출제 방식 개선(2008학년도 이후 점진적으로 문제은행식으로 전환)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개선안 내용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올 수능 출제위원 중 서울대 출신 비율은 과목별로 28~41%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2007학년도까지 50%로 확대키로 한 출제위원 중 교사 비율도 올해 과목별로 28~47%에 그쳤다.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선 2008~2011학년도 수능 출제·검토위원 중 11명이 고3 자녀를 뒀는데도 선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자는 출제위원에서 배제토록 했지만 자문위원이나 ‘도움 주신 분’ 등으로 참여한 경우는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제위원들이 약 한 달간 합숙하며 출제하는 현행 출제 방식을 점진적으로 ‘문제은행’식 출제로 바꾸겠다는 개선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까지 들여놨지만 감사 결과 내부 비리, 장비 오작동 등 문제가 드러나 무산됐다.

 개선안엔 ‘수능 출제에 참여한 사실, 수능 출제 과정에서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포함한 출제위원들의 보안 유지 강화 내용도 포함됐지만 실제론 사문화(死文化)됐다. 일부 출제·검토위원은 교과서 집필진 소개, 사설 학원 광고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젓이 수능 출제 경력을 홍보해왔다. 양 교수는 “수험서 저자나 학원 강사를 소개할 때 수능 출제 경력을 공개하면 수험생들에게 신뢰감을 준다”며 “수능 참여 경력으로 이권에 개입하는 행위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교육부는 여당 의원들에게 "출제 위원 경력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수능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관행처럼 반복해 온 수능 출제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개선안 내용도 중요하지만 개선안이 출제 과정에서 제대로 실천되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인성·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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