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복싱 7전8기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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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말인 오는 13, 14일 미국에서 벌어지는 2개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매치는 한국 팬들의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모으고 있다.
14일 상오(한국시간·MBC TV 상오10시반부터 위성중계)라스베이가스 시저스펠리스 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지는 WBA라이트급 타이틀매치는 한국의 김득구(동급1위)가 미남챔피언 「레이·맨시니」(미국)에게 도전하는 것.
김의 세계정상 도전은 7전8기를 노리는 한국 프로복싱의 안간힘이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한국은 지난해 8월 김태식이 WBC플라이급 챔피언인 「안토니오·아벨라르」(멕시코)에게 무참히 2회 KO패 당한 뒤 설석철·최충일 (두 차례)·이승열·장정구·김성남 등 7차례의 세계타이틀 도전에서 모조리 패퇴. 8번째의 도전자가 김득구인 것이다.
한편 하루 앞서 13일(한국시간) 마이애미에서 『링의 귀공자』로 불리는 니카라과의 망명복서 「알렉시스·아르게요」(현 WBC라이트급 챔피언)가 프로복싱 1백년사상 최초로 4개 체급을 누리게돼 온 세계 팬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WBA 페더급·WBC 슈퍼 페더급에 이어 WBC 라이트급마저 석권한 「아르게요」는 또 한체급 위인 WBA 주니어웰터급 챔피언인 「기른·프라이어」에 도전, 세계타이틀매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맨시니-김득구>
「알폰소·사모라」 (멕시코·전 WBA 밴텀급 챔피언)를 방불케 하는 「맨시니」는 부전자전의 복서. 그의 부친 「레니·맨시니」(62)는 지난 40년대 라이트급에서 활약한 맹장이었다. 「레니」는 후에 세계챔피언이 된 「새미·안고트」와 41년 논타이틀전을 벌여 10회 판정패했었다.
「레니」는 이후 세계타이틀을 노렸으나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육군에 징집, 꿈을 실현치 못했다. 「레니」는 전쟁중 박격포 유산탄을 어깨·다리 등에 맞고 권투를 포기, 아들 「레이」에게 정성을 들인 결과 아들이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이룬 것이다.
「맨시니」는 생후8개월부터 이미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으며, 고교시절에는 축구·농구·야구 등 만능 스포츠선수여서 「슈거·레이·레너드」와 너무나 비슷하다. 키가 작은 「맨시니」는 시종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화려한 인파이터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43승(23KO)7패의 아마전적을 안고 79년 프로에 뛰어든 「맨시니」는 이후 진가를 발휘, 현재 23승(19KO)1패로 가공할 펀치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1패는 유명한 「아르게요」에게 당한 것. 그는 지난해 10윌 WBC라이트급 챔피언인 「아르게요」에 도전, 10회까지 득점에서 앞서 나갔으나 11회 불의의 일격을 맞고 다운된 뒤 14회 TKO패로 첫 좌절감을 맛보았다.
그러나 6개월 뒤인 지난5월 WBA동급챔피언인 「아투러·프라이어스」에 또다시 도전, 1회 2분54초만에 통렬한 KO승으로 기어이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이 대전에서 마지막 22초동안 「맨시니」는 34개의 주먹을 무차별로 가격, 복싱사에 남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맨시니」는 지난 7월 l차 방어전에서 전챔피언 「에르네스토·에스파냐」(베네쉘라)를 6회 KO로 누르고 김득구와 지명방어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OPBF 챔피언인 김득구는 초반부터 맞붙어 싸우기로 작전을 세우고 있다. 배수의 진을 치고 멋진 한판을 벌이겠다는 것.

<프라이어-아르게요>
30세의 노장 「아르게요」는 프로경력만 15년째로 76승(61KO)4패의 풍부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다.
찢어질 듯 가난했던 「아르게요」는 빵을 해결하기 위해 16세때인 68년 프로에 뛰어든 헝그리 복서다.
닥치는 대로 경기를 벌이며 74년 43전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루벤·을리바레스」(멕시코)를 13의 KO로 누르고 WBA페더급 챔피언이 됐다. 그는 4차 방어를 성공한 뒤 체중조절이 어려워지자 타이틀을 자진 반납했다. 이어 78년 한 체급 올려 「알프레도·에스카레라」(푸에르트리코)에 도전하여 역시 13회 KO로 누이고 두번째 챔피언이 됐다.
그는 이후 꼭 2년 동안 8차례 방어전을 끝내고 또 불어나는 체중으로 타이틀을 반납했다. 천부적 복서인 「아르게요」는 지난 6월 영국 웸블리 특설링에서 스코틀랜드의 영웅 「짐·와트」를 판정으로 제압, 3체급 제패의 복서가 된 것이다.
「아르게요」는 사화주의 정권인 니카라과가 지난 80년 프로복싱을 전면 금지하자 미국으로 망명, 플로리다주에서 부모와 4살 연상의 두번째 아내인 「실비어」, 그리고 자식들과 함께 살고있다.
한편 「프라이어」도 5차 방어전을 성공하는 등 31전슴(29KO)에다 23연속K0 등 무서운 펀치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전적 2백4승16패를 안고 지난 76년 프로로 전환한 「프라이어」는 지난 80년 한국의 이창길·김광민을 이긴 바 있는 「안토니오·세르반테스」(콜롬비아)를 4회KO로 격파, 타이틀을 차지했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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