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 기업 몇곳 점찍어둬 내년 초 깜짝 놀랄 투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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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권 최고경영자(CEO)는 "중간 단계가 많은 한류의 해외 진출 구조를 바꾼다면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김경빈 기자]

최근 국내 연예계는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의 퇴출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그가 론칭한 패션 브랜드 ‘블랑 앤 에클레어’를 둘러싼 소속사 와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 배후로 한 기업인이 지목됐다. 제시카와의 결혼설, 홍콩 여배우 질리언 청의 전 연인 등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사업가 타일러 권(34·한국명 권영일)이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뉴욕에 본사를 둔 ‘코리델 캐피털 파트너스’의 창립자다. 월가에선 몇 안되는 젊은 한국인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홍콩의 인기 연예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다보니 금융계보다는 되려 연예계 호사가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는 지난 주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연예인이 아닌 경영인인데,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깜짝 놀랄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벌 3세라는 소문이 도는데.

 “아버지는 한국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하시다 7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민 오신 뒤 조그만 사업을 하셨다. 나는 평범한 한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다. 미국에서 학교를 나왔고, 연세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홍콩에서 살고 있다.”

 - 언제부터 월가에서 일했나.

 “2002년 투자은행(IB) 라자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업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경영 컨설팅 등을 맡았다. 이후 2006년 라자드를 나와 직접 코리델을 세웠다.”

 - 코리델은 어떤 회사인가.

 “M&A·투자 등을 맡는 코리델 캐피털 파트너스와 엔터테인먼트 쪽 사업을 하는 코리델엔터테인먼트, 사회공헌을 맡은 코리델파운데이션으로 구성됐다. 운용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간 투자 수익률이 괜찮아 평가는 좋은 편이다.”

 - 주요 투자부문은 어디인가.

 “주로 제조·유통 기업의 M&A·투자를 담당했다. 2009년부터는 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시작했다. 이 분야 관계자들과 친하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발을 들여놓았다. 헐리우드 영화 ‘패션플레이’·‘메스카다’ 등의 투자에 관여했고, 홍콩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몇 곳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한국에 자주 오는가.

 “한국과 관련된 사업을 여러 건 진행하다보니 예전보다 더 자주 찾는다. 최근에는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앞으로 내가 체험한 국제 비즈니스 경험 등을 한국의 청년들에게 알려줄 예정이다.”

 - 한국에서의 투자 계획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미국·중국·동남아 등에서의 다른 사업과 연결시킬 계획이다. 내년 초 서울에 지사를 내고 본격적으로 투자한다. 이미 점찍어둔 기업이 몇 곳 있다. 조만간 깜짝 놀랄만한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다.”

 - 한류 시장이 내리막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에선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동남아 등에서는 아직도 기회가 많다. 해외 진출 구조만 바꾼다면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

 - 해외 진출구조가 무엇이 문제인가.

 “거쳐야할 중간 단계가 많다. 예컨대 한국 연예인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몇 사람, 또 중국에서 몇 사람을 거친 뒤에야 공연을 하고 음반을 낸다. 아무리 좋은 콘텐트라도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친다면 뻗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코리델이 확보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내가 한국에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블랑 앤 에클레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제시카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일을 사업화한 것이다. 그의 제의에 따라 코리델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경영 자문을 해주고 있다. 내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론칭한 지 꽤 됐다. 한국에는 내년 2월쯤 유명 백화점에 공식 입점한다.”

 - 연예인을 사업에 이용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기업 경영인이다. 왜 연예계 뉴스에 내 이야기가 나오는 지 모르겠다. 일부 연예 매체의 기사나 인터넷 글을 보니 없는 일을 지어내고 있더라. 거의 나를 사기꾼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악의적인 글에 대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 소셜네트워크(SNS)에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다른 사람처럼 친한 친구들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 뿐이다. 내 인지도를 높인다던지, 이들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굳이 따지지면 내가 그들에게 도움받은 것보다는 그들이 내게 도움받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글=손해용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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