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파는 예술시장 '별장'의 매력은 밤에 빛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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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했던 대인예술시장의 변화는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밤문화를 제공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광주시 동구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대인시장. 1959년 5월 공설시장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장한 재래시장이다. 인근에 광주역·광주공용버스터미널·전남도청·광주시청·농산물공판장 등이 있어 한 때 335개의 점포가 운집하고 사람들이 북적이던 호남 최대의 재래시장이었다. 대인시장은 광주시의 성장과 함께 1970~1980년대에 황금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광주역·광주버스터미널·전남도청 등이 차례로 이전하면서 도심이 점점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곳곳에 대형마트들이 생겨나며 다른 지역의 재래시장들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2008년엔 대인시장 내 점포 중 105개가 비게 됐다. 동구의 빈집은 610여 개였다.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대인시장에 새로운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복덕방 프로젝트’ 덕분이다. 5명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빈 점포를 임대해주고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가·상인·시민의 만남이 시작됐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시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로 유명해졌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도 받았다. 광주시는 2009년부터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대인시장을 예술가들의 작품과 기존 상인들의 상품을 함께 팔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예술을 통한 상업공간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과 이들의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인시장이 광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된 것은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기획안 夜(야)시장 ‘별장’의 역할이 컸다. ‘별장’은 상주예술가를 중심으로 입주상인과 시민판매상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 속 축제다. 예술가들은 소품과 창작물을 판다. 시장 상인들은 상품을 판다.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밤문화를 제공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재래장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타지역 사람들에겐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발길도 점점 더 늘어갔다.

대인예술시장은 현재 25개의 작업실에서 42명의 청년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매달 열리는 ‘별장’을 보기 위해 이틀 동안 200여 셀러(seller)들이 다양한 작품과 제품들을 내놨다. ‘별장’이 열릴 땐 평균 1만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대인예술시장을 찾는다.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총감독은 “대인예술시장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공동체 정신”이라면서 “지원 주체인 광주시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모두 민간의 주체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실현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 감사하다 ”고 소감을 전했다.

대인예술시장은 광주비엔날레를 비롯,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돼 문화예술 활성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총감독은 “내년 3월 예정된 KTX 호남선의 개통도 대인예술시장이 대한민국의 문화체험 명소로 거듭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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