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네모 세상] 웰컴 투 가을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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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단잠을 깨우는 소슬바람에 유적한 한기가 담겼다. 어느새 계절은 가을 문턱에 이르렀나보다. 구태여 기다리지 않아도 제 스스로 오는 계절이지만 시나브로 흐르는 게 얄궂다. 이왕 오시려거든 살짝 기별이나 주시지. 야속한 마음 뒤로 하고 서둘러 가을맞이를 나선 곳은 한국자생식물원(033-332-7069). 오대산 노인봉 남쪽 기슭, 자줏빛 고운 벌개미취 무리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늦여름과 초가을, 우리 산과 들녘을 함초롬히 수놓는 들국화 중 하나인 벌개미취.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는 자태가 여인네 춤사위마냥 곱다. 새벽 댓바람부터 꿀을 따는 벌과 나비의 몸짓이 여느 때와 달리 바쁘다. 계절의 흐름은 사람보다 미물이 먼저 아는 법. 이제 곧 가을걷이를 준비할 때인가 보다.

촬영은 이른 아침시간을 택하는 게 좋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싱그러울 뿐만 아니라 낮게 누워 비치는 햇살이 꽃의 질감을 살려준다. 접사가 가능한 렌즈를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벌개미취 군락뿐만 아니라 숲 속 구석구석,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우리 고유의 꽃들을 담을 수 있다. 접사의 핵심은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 피사체보다 어두운 그늘을 배경으로 찾거나 아웃포커스를 하는 게 요령이다.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 월정사 방향으로 진행하다 입구 간판을 따라 찾아 들어간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30분 일찍 입장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중.고생 3000원, 초등학생 2000원.

< HASSELBLAD X-pan 45mm F22 1/15초 Is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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