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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제1TV 『아름다운 조국강산』카메라에 의한 현실재현 훌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인기직업에 종사하는 탤런트가 불미스런 일로 빈축을 사는 것은 반공인적 신분에서 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세평이나 응징이 정도를 넘어서도 안된다.
비공식추산에 의하면 TV수상기 보급대수는 1천만대쯤 되어 우리문화수준이니 경제형편에서 보면 대체로 보급은 일단 그 한계에 이른 듯 싶다.
이런 임계기의 상황아래서 시청성향은 TV로부터 자주성이 확립되어 그 영향력은 줄어든다.
말하자면 TV보급이 늘어가는 성장기에는 TV가 여러 문화매체의 주도적 위치에 서고 따라서 시청자는 TV 메시지에 압도되어 그 영향력도 절대적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TV영향론은 대개 그 무렵에 일어난 현상들이고 임계기아래서의 상황평가는 아니다.
이때에는 의식면에서 TV이탈현상이 는다거나 분별력이 세련돼 그만큼 메시지의 침투력은 준다. 이를테면 TV적 표현을 객관연하는 자세가 커 간다고 하겠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지만, 탤런트의 엄격하고 건전한 사적생활이 인기의 척도가 될 수 있었던 시절과 달리 임계기아래서의 태도는 연기와 사생활을 묶어 보지 않아 폭넓게 출연시킨다.
이런 점 우리도 참고했으면 좋겠다.
○…KBS제1TV가 7일 아침 3시간 반에 걸쳐 생방송한 『아름다운 조국강산』은 TV의 환경확장기능과 카메라에 의한 현실재현이 성공한 프로였다.
시청자들은 내장산의 단풍과 주문진앞바다의 장엄한 일출장면을 현장에 가지 않고 안방에서 보았고 (환경확장) , 을숙도에 무리지어 노는 철새떼의 모습에서 실제보다 더 아름다울 듯 싶은 화면 (재현된 현실)에 매료되었을 것 같다.
한라산 정상·월출산·한려수도·행주산성에서 바라본 남산 등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지만 특히 영상에세이로 표현한 영상미는 수준 높은 화면들이었다.
또 농촌과 어촌풍경을 녹화까지 섞어 다채롭게 구성하면서도 유연하게 엮어간 건 세련된 편집기술의 공일 듯 싶다.
그러나 전남편에서 보듯 알려진 곳 중심으로 꾸민 건 아쉬웠다.
『한국의 발견』 에는 새로운 풍광들이 많은데 전 국토를 누벼 알려져 있지 않은 비경을 찾아 소개했더라면 명소를 찾아 등산하며 취재한 듯한 인상도 줄이면서 프로의 내용도 더욱 알차게 만들었을 것 같다.
○…KBS제1TV가5일 방영한 『우등불』은 청산리 싸움으로 유명한 간도지방의 독립투쟁 실기다.
3시간 짜리 프로가 우리 체질에 맞는지는 연구과제겠으나 만주벌판과 밀림을 배경 삼은 분위기가 그럴듯하다.
3천여 명이 사살된 싸움에서 저들은 겨우 7명의 사상자만을 냈다고 보고한 기록을 보면(조특115호)사실을 왜곡하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버리지 못하나 보다.
그러나 그 중에 양심적인 저술을 보면 일본 영사관습격은 마적 소행이 아닌 우리의 항일운동이었고 이것을 보복키 위해 마적들을 매수하여 우리민족을 살육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3·1운동 이듬해의 일이고 그곳엔 독립투사가 많았던 걸 봐서도 모두 마적들의 짓이었다는 통설에 따라 엮은 드라머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또 일군사령부의 꾸밈도 허술하다. 이를테면 장성들까지 붉은 색의 보병금장을 달았거나 참모식서를 건 참모장교가 없으니 분장대로라면 보병련대규모의 시시한 작전회의밖엔 안돼 애써 꾸민 정성에 흠이 된 셈이다.
자문을 맡은 사람은 좀더 성실한 연구가 있어야 되겠다.
신발을 헝겊으로 지어 신는 만주의 풍습과 달리 짚신을 지나치게 클로스업시킨 것이 거슬렸고 긴 드라머로 꾸미다보니 필요 없는 설명이 많았던 건(사실이 아닌 일군의 작전회의등) 오히려 지루하게 한 것 같다.
그러나 연기진의 진지한 연기와 찰 처리해낸 연출솜씨는 평가돼야할 것 같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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