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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노조시대] '막강 산별' 獨선 일자리 만들기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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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5일 독일 최대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38시간인 구동독 지역의 주당 노동시간을 구서독 지역과 같은 35시간으로 줄여달라며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1만5천여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측은 경기침체와 구동독 지역의 노동생산성이 서독의 3분의 2 수준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노동비용만 높여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노조가 이길 것으로 전망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와는 관계없이 독일의 산별노조는 전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독일 산별노조도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경제 기관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독일의 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수년째 10%대를 오락가락할 정도다. 기업도 경기위축으로 죽을 맛이다.

이런 경제상황 속에서 산별체제가 기업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된 것이다. 기업들은 사용자단체를 탈퇴하고 있고, 협약 해지를 통고하는 기업도 늘었다. 개별기업 노조도 이에 동조할 정도로 분권화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산별로 체결한 노사 간 협약에 대한 구속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순응인가, 몰락인가"라는 디이터 슐테 독일노총 의장의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독일 노조는 결국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측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천명했다. 산별이든, 개별이든 관계없이 국가경제의 큰 틀에서 노사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임금인상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지향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독일 노조는 정부.사용자와 손잡고 지난해 고용안정을 핵심으로 하는 '하르츠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 내용은 곧바로 법제화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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