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에 맞서 연례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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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상 최초의 중.러 합동군사훈련이 25일 막을 내린다. '평화의 사명 2005'로 명명돼 18일부터 3단계로 진행된 이번 훈련의 목적을 중.러는 대(對)테러용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훈련 내용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최첨단무기가 총동원됐고, 동북아 유사시에 대비한 실전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양국은 내년에도 같은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 미국-일본-대만을 잇는 3각 결속에 대응해 중.러 연합을 강화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동북아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산둥반도 앞바다에서 실시된 중·러 합동 해상 봉쇄 훈련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구축함이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산둥반도 신화=연합뉴스]

◆ 중.러 군사연합 출현=훈련은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25일 산둥(山東)반도에서 내년도 군사훈련 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끝난다. 연합 훈련을 연례화하겠다는 것이다. 차오 장관은 23일 칭다오(靑島)에서 훈련을 참관하던 키르기스스탄 국방장관 등 3개국 군 관계자와 만나 중앙아시와의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중국 주도로 대미 군사연합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홍콩 문회보는 24일 "이번 훈련에 중국군 최정예부대인 '예팅(葉挺) 독립연대'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인민해방군 최강 부대로 확인됐으나 규모와 성격, 보유 무기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광둥(廣東)군구 소속 공수 15군과 최근 창설된 168 구축함대도 훈련에 합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 주변국 반응=미국은 이번 훈련으로 중국 주도의 군사연합이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태평양사령부 소속 EP-3 정찰기와 핵잠수함, 두 척의 해군 정찰함 등을 동중국해 지역으로 파견해 전방위 첩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에드먼드 지암바스티아니 신임 합참부의장은 "중.러 군사훈련에 관한 한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3일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 구매안이 입법회의를 통과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야당에 부탁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대만의 안보는 대만만이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막바지 훈련은 첨단무기로= 23일 산둥(山東)반도 앞 해역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중.러군은 30여 척의 구축함과 잠수함을 동원해 해상 봉쇄와 상륙훈련을 실시했다. 양측에서 1만여 병력이 동원됐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 러시아는 전자 교란탄을 발사했다. 적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첨단무기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대공 미사일 여러 발을 잠수함에서 쏘아올렸다. 23일 하루동안 100여 발의 각종 미사일이 발사됐다. 상륙훈련은 공격과 포위, 기습.방어.점거.진지구축.후퇴 등 7가지 유형으로 나눠 실시됐다. 훈련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실전과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 러시아.우즈벡 훈련도 실시=러시아는 다음달 19~24일 우즈베키스탄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24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제76 낙하사단 병력이 참가해 우즈벡 산악 지역에서 대테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즈벡 정부는 최근 자국 내 미 공군 병력의 철수를 요구하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홍콩.모스크바=최형규.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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