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암살해야" 미국 유명 개신교 목사 팻 로버트슨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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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 로버트슨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左)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23일 쿠바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쿠바 방문을 마치고 자메이카로 떠났다. [아바나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보수 개신교 방송인 팻 로버트슨(75.사진)이 22일 반미(反美)성향이 강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크리스천 방송 네트워크(CBN)를 설립한 로버트슨은 이 방송의 '700클럽' 프로그램에서 차베스를 "위험 인물"로 지목하면서 "우린 그를 제거할 수 있고,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경제를 망치고 남미를 공산주의자와 이슬람 과격주의자의 소굴로 만들려 한다. 미국이 난폭한 독재자 한 명을 제거하려고 2000억 달러가 드는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비밀요원에게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기독교연합(CCA) 창설자인 로버트슨이 매일 진행하는 생방송 '700클럽'의 시청자는 100만 명이나 된다. 그는 한국전에 참전했으며, 1988년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올 2월 그는 "북한의 폭정을 용인해선 안 된다. 미국은 한국에 압력을 가해 탈북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베네수엘라는 발끈했다. 호세 랑헬 부통령은 23일 "로버트슨이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랑헬은 "반(反)테러를 말하는 미국이 그런 발언을 어떻게 취급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우린 로버트슨과 견해를 같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로버트슨의 발언은 위법"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는 그러나 로버트슨의 발언으로 차베스의 입지만 좋아지는 게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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