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미아"|긴급조치위반 연대생 2명|대법, 원심파기 했으나 비상고등 군재 없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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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법원이75년4월 파기 환송한 민청학련사건관련 김영준(34)·송무호(30)피고인의 이른바「국가보안법·내란예비음모·긴급조치위반사건」이 사건을 처리할 2심 재판부(비상고등군법회의)가 사실상 해체돼 「갈 곳 없는 사건」으로 7년째 미아(미아)상태에 놓여있다. 사건을 되돌려 받은 비상고등군법회의는 유신헌법을 모체로 한 긴급조치2호로 설치된 것이나 유신헌법이 철폐되고 비상고등군법회의도 법적으로는 해체된 실정이어서 처리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 같이 「공중에 떠 갈 곳 없는 사건미아」는 사법부사장 처음 있는 일인데다 사건도 단1건뿐이어서 대법원도 법률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해 고심하고 있으며 두피고인은 특별조치가 없는 한 영원한 피고인으로 남게됐다.
이 사건이 미아가 된 것은 당시 대법원이 인혁당·민청학련사건관련 피고인38명 가운데 그 때 연세대경제과4년 김피고인과 연세대경영과2년 송피고인에 대해서만 『국가를 변란할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 부분을 파기, 사건을 원심인 비상고등 군법회의로 되돌려 보내고 나머지 36명은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비롯됐다.
김, 송 피고인은 연세대 측 대표로 민청학련관련 피고인이던 김병곤씨 등과 접촉하며 데모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74년 5월 긴급조치 1,4호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1심인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각각 징역20년에 자격정지 15년, 2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15년, 자격정지15년을 선고받고 상고했었다.
이들은 대법원계류중인 75년2월17일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고 긴급조치 1,4호는 모두 그전해인 74년8월23일 긴급조치 제5호로 해제됐다.
그러나 비상군법회의의 설치를 규정한 긴급조치 2호는 해제되지 않아 이 사건은 원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로 넘겨졌지만 사건이 하나뿐인데다 관련피고인도 불구속상태의 2명뿐이어서 공판진행을 하지 않았던 것.
10·26이후인 79년12월8일 마지막 긴급조치인 9호가 긴급조치 10호에 의해 해제됐으나 비상군법회의설치를 규정한 2호는 해제되지 않은 채 제5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유신헌법이 폐지되고 새 헌법이 마련되는 바람에 이 사건은 공중에 뜨게됐다.
비상군법회의의 근거는 긴급조치2호이고 2호의 근거는 유신헌법인데 유신헌법이 폐지됐으므로 긴급조치 2호나 비상군법회의도 모두 설 땅이 없어진 셈.
현재 긴급조치 2호에 근거, 비상고등군법회의를 연다하더라도 재판장(이세호 당시육군참모총장)등 심판부가 모두 바뀌었고 새로 재판장을 임명해 공판을 진행한다면 폐지된 헌법에 근거한 긴급조치2호가 아직 유효하다는 결과가 되어 법적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10·26 후 새 헌법 발효이전에 일반법원으로 사건이 이송됐더라면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 상 공소제기 후 1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완성으로 간주하도록 되어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 89년5월이 된다해도 어느 법원이 공소기각결정을 하느냐가 법률상문제로 남기 때문에 특별조치가 없는 한 영원히 해결할 수 없게됐다.
따라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2심 재판부가 공판을 진행하거나 특별입법조치를 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있으나 2심 재판부는 설치근거가 실효 됐기 때문에 재판권에 대한 문제점이 있어 구성부터 불가능하고 두 피고인재판을 위해 입법조치를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 행정부의 특별조치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영원한 피고인」인 김, 송씨는 구속당시 학교에서 제적됐다가 80년에 복학, 현재 두 사람 모두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미결상태이기 때문에 신분상의 큰 불이익은 없으나 국가보안법위반부분이 파기됐는데도 사회안전법에 따른 보호관찰대상으로 분류됐는지 관할 경찰관서에서 신고하라고 찾아오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하루빨리 깨끗이 마무리짓게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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