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렵해제 후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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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지되었던 수렵이 10년만에 해제되고 심산유곡에 다시 총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금렵이 해제된 지역은 물론 강원도와 경남 거제일원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 조치자체의 의미와 파문은 상당히 큰 것 같다.
우선 금렵해제는 1만 8천여 명에 이르는 전국의 엽사들을 흥분시켜 해제 첫 날인 지난 1일부터 수십 명이 총을 둘러메고 사냥 길에 나서고있다.
그러나 엽사들과는 대조적으로 자연보호론자들이나 동물애호가들은 벌써부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선 금렵해제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반가움과 우려의 상반된 견해에 대해 검토하기에 앞서 1차 적으로 금렵해제조처에 앞선 당국의 기초조사가 충실한 것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산림청은 금렵해제의 이유로서 이 지역 야생조수류의 번식률이 다른 곳에 비해 높다는 것을 들고 있다. 참새는 10년 전 금렵당시 보다 21배가 늘었고 노루는 4배, 꿩이 3배, 산토끼 2배, 비둘기 2배가 늘었기 때문에 농작물의 피해도 심각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의 타당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가 있어야 한다. 막연한 감각만으로는 곤란하다.
산림청의 발표에 이어 바로 정부가 설악산을 비롯한 산악지역을 대상으로 동물 증가추세를 조사한다고, 발표한 것은 무언가 선후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더우기 이번 금렵해제대상에 포함된 조수 가운데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고라니도 있고 희귀조인 산비둘기마저 있어서 문제를 실감할 수도 있다.
충분한 조사 없는 「금렵해제」라는 뜻이다.
동물애호가들은 지난 72년의 금렵조처이후 야생조수류가 늘어난 것은 겨우 조수류의 서식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는 뜻일 뿐 수렵을 허용할 정도는 못된다는 견해다.
자연증가추세대로라면 지난 10년간 10배 내지 20배는 증가했겠지만 사실은 우리의 동물상이 악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서식한 조수류는 거의 3백 60여종으로 이웃나라들보다는 풍부한 편이었으나 산림남벌과 남획에 의해 커다란 손상을 받고있다.
광복이후에 들어와서 만도 호랑이와 원앙이 사촌은 절종되었고 크낙새, 황새, 노란부리저어새, 흑비둘기, 승새, 곰, 늑대 등도 멸종위기에 있다.
특히 10년 전 마구잡이 남획으로 사향노루와 산양, 반달곰 등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은 심각한 사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렵해제는 우려를 자아낸다. 물론 「금렵해제」자체가 전면적인 남획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지역도 제한되고 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 산토끼 등 9종으로 조수류도 제한하고 있으며 사냥수량도 엄격히 하고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제한으로도 안심이 안 되는 것이 자연보호다.
엽사들로서는 그런 제한 속에서나마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된 것을 다행으로 알고 스포츠맨십을 지켜 남획을 자제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그러나 수확이 끝나지 않은 밭에서 농작물을 짓밟는 일부 엽사 때문에 벌써 말썽을 빚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우선 사고방지를 위해 엽사들의 도법정신이 중요하다.
엽사들의 자질향상을 위한 정신교육이외에 조수류의 식별법과 총기관리 등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어야 겠다.
뿐더러 「금렵해제」는 「밀엽」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병행되어야 의미가 있다.
과거 금엽 기간에도 밀엽자들은 약물이나 덫 혹은 흉기로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잔인하게 포획했었다. 포획수량은 오히려 정당한 사냥을 훨씬 능가할 뿐 아니라 그들이 감시공무원의 눈을 피해 불법을 공공연히 저지른다는 점에서도 현저한 감시와 단속이 요구된다.
금렵해제에 상응한 기본적인 사후대책의 강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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