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측근 승마협회 간부, 대회마다 온갖 힘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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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의 딸 정모(18) 선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해 10회 미만이던 정 선수의 수상 실적이 몇 년 새에 월등히 높아지면서다.

 정 선수가 활동하고 있는 마장마술(馬場馬術) 경기는 가로세로 규격이 정해진 마장에서 정해진 운동을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는가를 심판이 평가하는 경기다. 정 선수는 2010년의 경우 한 차례(전국 단체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초·중등부 1위) 수상 경력이 전부였다. 그러나 2011년엔 9차례, 지난해엔 총 24회의 수상 실적을 거뒀다. 24회의 수상경력 중 12회가 국가대표 선발에 유리한 S클래스급 경기였다.

 승마계 일각에선 정 선수가 ‘현 정권 최측근 실세 부모를 둬 매 대회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KRA)컵 전국승마대회 이후 그런 소문이 퍼졌다. 이 대회에서 정 선수는 다른 선수가 두 필의 말로 1,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3위에 머물렀다. 이에 판정 시비가 일어나 경찰 조사까지 이뤄졌다. 익명을 요청한 승마계 관계자는 “정윤회씨가 박모 전 승마협회 전무와 손 잡으면서부터 박씨가 대회마다 온갖 힘자랑을 하고 다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승마협회 전무는 지난해 4월 판정 시비 이후 작성됐다고 하는 승마협회 관련 투서(이른바 살생부)의 작성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본지가 입수한 투서에는 승마협회 내부의 문제점이 나열된 뒤 해결 방안으로 사퇴해야할 승마협회 임원 이름이 명시돼 있었다. 이 투서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됐고 이를 기초로 지난해 6월 진모 체육정책과장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진 과장은 ‘조사 결과 승마협회도 문제가 있지만 박 전 전무(정윤회씨 측)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진 과장은 지난해 9월 경질됐다. 경질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장관에게 진 과장과 노모 국장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들”이라고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한 승마협회 전직 임원은 “살생부에 이름이 나온 사람들은 다 나가야 한다는 압박을 문체부로부터 받았다”며 “문체부 측은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청와대 지시로 살생부에 오른 승마협회 인사들의 사퇴 종용 압력이 이어지고 정 선수는 국가대표가 된 것”이라며 “당시 진상조사를 맡았던 노 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스포츠비전 2018’의 담당자였는데도 이 내용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한직으로 발령 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한 김종 문체부 2차관은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체육인 출신인 이에리사 의원은 정 선수의 경기 실적을 보이며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보라. 굉장히 우수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지난 국제대회에선 필리핀 공주가 출전했는데 그 공주도 이긴 ‘승마공주’라는 게 실력으로 입증됐다”며 “편파·특혜 시비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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