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칙의 기준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우리 사회가 유형·무형의 폭발물을 다룸에 있어 얼마나 무지하고 태만했던가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였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일어난 폭발물사고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었으면 이번 사고는 능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우선 가스가 새는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이를 확인했는데도 나흘 뒤에야 수리작업에 착수했다는 1차 적인 문제가 있다. 가스는 그 성격상 공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폐쇄된 공간에서는 누출이 오래 될수록 질식과 폭발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누출과 폭발사고를 일으킨 압력조정실(가버너실)의 출입에는 특별한 사전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또한 가스누출의 원인이 된 밸브교환 작업시에는 중간지점의 차단밸브를 완전히 잠가야 추가누출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한 것도 참사의 큰 원인이 됐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방심이 그 원인이다.
이 같은 방심이 불식되지 않을 경우 우리의 도시가 처할 사고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지금 서울가구의 8.8%에 이르는 15만 7천 3백 가구가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비교적 폭발위험이 적고 값이 싸다는 이점 때문에 급속도로 보급될 전망이다. 정부도 이를 권장하기 위해 86년까지는 2백만 가구에 보급시킬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 수요자에게 공급할 계획인데 이것은 현재의 도시가스보다는 더 가격이 싸 도시의 연료공급형태에 일대혁명을 가져 올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이 편리한 가스도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수용자세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거리와 가정에 폭발물을 끌어들이는 결과밖에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자 교훈은 첫째로 여러 안전을 요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수칙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시설이나 원료의 도입에는 당연히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전문기술의 숙지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실무자들의 무지와 방심은 곧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가스공급시설을 통괄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와 감독책임이 있는 당국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그것은 사고위험에 대비한 안전수칙의 교육을 게을리 한 것이며 보수공사에 전문가를 동원, 제반 규정대로 완벽한 수리에 착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여러 안전시설의 안전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가스를 누출시킨 밸브가 과연 안전기준과 제품규격에 맞게 정교하게 설계됐는지 다시 검토해 봐야할 문제다. 밸브만이 아니라 파이프, 압력조성계기 등도 장래에 대비해 폭발의 위험을 감소시키도록 안전기준을 높여야 한다.
세째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주변의 모든 위험시설을 다시 총 점검해야 된다. 폭발하는 것은 도시가스만이 아니다. 시내 음식점마다 설치된 프로판가스, 주유소 기름탱크에 차있는 유황가스, 길거리에 흔히 널린 산소 통의 산소가스, 거기에 하수도에 가득 찬 메탄가스와 영업택시의 LPG가스 등등 도시는 위험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가스는 폭발사고가 아니라도 질식사의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같은 날(5일) 대전에선 전화케이블을 수리하던 전공 4명이 하수도 맨홀에서 질식해 숨지지 않았는가.
이처럼 우리 생활주변 도처에 도사린 위험물은 이에 대한 무방비상태가 고쳐지지 않을 경우 언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지 모른다. 당국의 통계가 말해주듯 전기, 유류, 가스로 인한 화재는 연탄불로 인한 화재보다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 산업재해의 경우 아직은 전기, 가스로 인한 재해의 발생비율이 낮으나 가스사용이 급속도로 확대될 경우 이 또한 장담 못할 일이다.
이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재앙을 초래할 원인이 잠복하고 있는지 부단한 점검과 재정비를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이룩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