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쌀 '중금속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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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부 폐광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폐광의 유해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하천 오염을 막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광해(鑛害) 방지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가 21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김우남(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광해방지사업을 실시한 폐광산 80곳 중 경북 6곳, 경남 5곳 등 전국 19곳의 광산 주변 일부 지역에서 2000년 이후 생산된 쌀의 카드뮴 농도가 두 차례 이상 기준치(0.2ppm)를 초과했다. 특히 경북 광산 지역 2곳의 쌀은 다섯 차례나 계속 카드뮴 기준을 초과했고, 경기.경남.충북 등지의 다른 광산 5곳 주변의 쌀에서도 네 차례나 카드뮴이 과다 검출됐다.

이에 따라 농림부와 해당 자치단체는 2001~2004년 전국 82개 필지에서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의 1.1~7.8배에 이른 쌀 82t을 사들여 소각 처리했다.

실제로 지난해 11~12월 환경부가 광해방지사업이 완료된 전국 폐금속 광산 75곳의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70%가 넘는 55곳에서 옹벽이 무너지고 폐석이 유출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 중 44곳의 폐광산 주변 토양에선 기준치를 초과하는 구리.납 등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폐금속 광산 복원에 565억원(국고 384억원)을 투입했지만 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지역에서 생산된 카드뮴 오염 쌀이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에 모두 906곳의 폐금속 광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지난해 말까지 환경부가 토양오염도 조사를 마친 곳은 168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 말까지 추가로 51곳의 오염도를 조사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개황 조사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조사하지 않은 폐광 지역 25곳에서 생산된 쌀에서도 카드뮴이 검출돼 농림부가 폐기 처분한 적이 있다. 농림부가 쌀에 대한 중금속 조사를 한 곳도 지난해 전국 논 64필지에 그쳤고, 올해 조사 대상도 300필지에 불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밀조사를 실시한 곳은 규모가 크고 오염이 심각해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한 곳"이라며 "광해방지사업이 끝난 지역에 대해서도 사후 관리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해방지사업을 놓고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국 23곳의 폐광 지역에서 광해방지사업을 하기 전에 농림부가 객토와 토양개량제 살포 등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광해방지사업이 안 됐다고 오염된 농경지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농민들에게 휴경을 하거나 벼 대신 화훼 등으로 작목 전환을 유도하지만 농민들이 잘 안 따라준다"고 말했다. 휴경을 보상해 줄 예산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염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경남의 한 광산에서 3년 연속 카드뮴이 검출된 것처럼 근본적인 오염방지 대책이 없을 경우 쌀 오염 문제가 매년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남 의원은 "광해방지사업이 부처 간 업무 비협조 등으로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농민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먹거리 안전을 위협받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오염도 조사를 확대하고 벼 외에 농작물 전체에 대한 중금속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카드뮴=광산.제련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 중금속. 카드뮴에 중독되면 뼈와 신장 등의 손상으로 요통과 사지 근육통, 관절통 등을 앓게 된다. 1910년대 일본 도야마현 지역에서 나타난 '이타이 이타이'병이 대표적인 카드뮴 중독사고다. 국내에서는 아직 카드뮴 중독으로 판정된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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