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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대형·안치홍 … 줄줄이 짐 싼 K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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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은범이도 없고 (이)대형이도 없고….’

 프로야구 KIA의 김기태(45) 감독은 이런 심정일 게다.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짐을 싸서 팀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8위에 그친 KIA는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내년 시즌 전망도 밝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투수 송은범(30)은 한화로 떠났다. 외야수 이대형(31)은 특별지명으로 신생팀 kt로 자리를 옮겼다. 2루수 안치홍(24)·유격수 김선빈(25)은 군에 입대했다. 포수 차일목(33)은 FA 시장에서 이적할 팀을 알아보고 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26)의 마음도 해외에 가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이 무산된 이후에도 KIA 잔류보다는 일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현종은 “구단과 해외 진출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단은 여전히 양현종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일본행도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양현종의 해외 진출 의지는 강하다.

 무너져 가는 ‘왕년의 명가’에 부임한 김기태 감독이 한숨을 쉬는 것도 당연하다. 김 감독은 “2011년 말 LG를 맡았을 때도 주전 선수가 많이 빠져나갔는데 그 때보다 지금 KIA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해외 진출은 선수들의 꿈이다. 가겠다는 선수를 내가 잡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서 ‘명가 재건’을 노리는 김기태 감독의 꿈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팀을 떠난 주전의 빈 자리를 채울 만한 유망주가 많지 않다. KIA는 최근 몇 년 간 최희섭(34)·서재응(37)·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한기주(27) 등 스타 선수에게만 의존하면서 유망주 키우기에 소홀했다.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10회 우승(전신 해태 포함)을 이룬 팀이지만 2군 전용 구장은 지난해에야 개장했다. 2군에서 유망주를 발굴한 뒤 1군 주전으로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고참 선수들의 부활도 절실하다. 최근 4년간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최희섭은 마무리 캠프에서 의욕적으로 훈련을 했다. 올 시즌 16경기 출전해 평균자책점 6.40이었던 서재응도 광주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10억 팔’ 한기주도 지난해 5월 어깨 수술을 한 뒤 재활을 마치고 피칭 훈련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2군 유망주들에게 기대를 건다. 그는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만나보니 열의가 대단했다. 특히 어린 선수와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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