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억5000만원 '투수 쇼핑'… 아낌없이 쓴 한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야신(野神)’ 김성근(72) 감독이 ‘연말 쇼핑’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프로야구 한화는 지난 3일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삼성 출신 투수 배영수(33)를 3년 총액 21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앞서 한화는 왼손 투수 권혁(31·4년 32억원), 오른손 투수 송은범(30·4년 34억원)과도 계약을 끝냈다. 영입 가능한 FA 선수 3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화 외에 FA 시장에서 3명의 선수를 보강한 팀은 제10구단 kt(김사율·박기혁·박경수) 뿐이다. 한화가 FA 3명을 붙잡기 위해 쓴 총액(87억5000만원)은 SK가 최정과 재계약한 금액(4년 86억원)이나 두산이 장원준을 영입한 액수(4년 84억원)보다 많다. 게다가 FA 3명의 전 소속 구단에 보상(2014 연봉의 200%+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투자 규모는 100억원 이상이다.

 김 감독은 구단 측에 선수 보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한화는 최대어로 꼽히는 장원준을 놓쳤지만 알짜배기 투수 3명을 잡았다. 지난해 한화는 정근우(32·4년 70억원)와 이용규(29·4년 67억원)를 영입하고 한화의 FA 3명(한상훈·이대수·박정진)을 잡느라 188억원을 썼다. 내년엔 4번타자 김태균(32)이 FA 자격을 다시 얻기 때문에 올 겨울 ‘FA 쇼핑’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한화 구단은 김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제 김 감독의 목표는 단순히 하위권 탈출이 아니다. 상위권 도약의 꿈을 감추지 않는다. 1990년대 쌍방울·태평양 등 약체 팀을 맡았던 김 감독은 당시 부상 선수와 무명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다른 팀에서 버림 받은 선수들이 김 감독 밑에서 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재활공장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 감독이 몸담았던 LG(2001~2002년)와 SK(2007~2011년)는 FA 영입에 미온적이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지옥 훈련’을 통해 선수를 키워냈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가을 캠프를 지휘한 김 감독은 “선수들 눈빛부터 달라졌다”며 만족해 했다. 정근우는 “SK 때보다 훈련 강도가 세다”고 했다. 내부 전력을 정비하면서 쇼핑까지 한 김 감독은 “이제 싸울 만한 전력이 갖춰졌다”며 살짝 웃었다.

 김 감독이 거는 드라이브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그는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탈꼴찌가 아닌 4강 진출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한화의 문제점은 수비와 투수력으로 지적된다. 김 감독은 수비는 훈련을 통해서, 마운드는 FA 영입을 통해서 보강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송은범은 동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했고 “배영수는 야구를 아는 투수다. 권혁은 셋업맨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SK에서 세 차례나 우승(2007· 2008·2010년)하면서도 외부 선수 영입을 구단에 요청했다. 강팀을 만든 데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한 팀으로 만들려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당시 SK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다르다. 한화 구단은 ‘야신’의 쇼핑 요청을 순순이 받아들였다. 이제는 김 감독이 성적으로 대답해야 할 처지다. 2015년 김성근 감독의 눈은 4강이 아니라 그 위로 향한다.

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