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예고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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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지난달에 크게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은과 경경기획원의 경기관련 지수가 모두 지난 79년 6월 이후 3년 3개월만에 처음으로 안정권으로 회복되었다.
「지수경제」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적은 것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변화는 오랜 불황과 침체의 고통을 겪어온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들 예고지표가 예고하는 바는 실물경기를 앞서가는 선행지표들이 계속 상승함으로써 4·4분기이후의 회복지속을 기대하게 만들고있다.
이에 더하여 생산, 출하, 거래 등 현실 경기지표도 눈에 띄게 호전됨으로써 적어도 더 이상의 경기하강은 벗어났다는 현실적 안도감을 가져다 준다.
9, 10월의 경제활동 가운데서 가장 현저하게 눈에 띄는 부문은 건축부문과 민간소비의 증가 현상이다.
건축은 그것이 주택이건 산업용 이건 간에 경기의 선행지표로서 갖는 의미가 강한 편인데 9월 이후, 특히 이 부문의 증가세가 뚜렷해져 건축 붐을 이루었던 지난 76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80년의 마이너스성장 이후 실질소득증가가 거의 정체됨으로써 크게 타격 받았던 도·소매 등 민간소비도 9월 이후 큰 폭으로 늘어 내수산업의 재고감소와 실비확장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내수와 관련된 생산, 출하, 투자, 자금사정 등이 대체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변화를 토대로 4·4분기 이후의 점진적인 경기회복과 내년 이후의 활성화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을 판단할 때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단순한 지표상의 변화보다도 그 같은 변화가 내외의 경제환경과 어떤 인과관계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그런 인과가 어떻게 앞으로 변화할 것인가 하는 추세적 판단이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제지표가 주로 관에 의해 작성되고 해석돼 오면서 이런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일반에게는 정부통계, 특히 경기지수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두 달의 변화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일반적 경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9, 10월의 경기는 엄밀히 따져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적지 않다. 우선 2·4분기 이후 통화가 너무 많이 풀려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연율 70% 가까운 통화증가의 배경 속에서 나타난 경제활동을 정상기준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추석경기를 끼고있는 기간이어서 민간소비의 대폭 증가는 경기회복의 결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이 부문은 효율적인 통화관리의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경고지표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건축경기의 이례적인 폭발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주의 깊게 대처해야할 부문이다. 4년여에 걸친 오랜 건축 불황을 고려하면 최근의 건축 붐은 우선 그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또 건축활동의 내수 파급효과로 보아도 바람직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조차도 실명제를 둘러싼 최근의 무정견한 정책방황이 초래한 부작용의 일면조차 없지 않다.
따라서 최근의 건축 붐이 투기적 상황과 연결되지 않게 전체와 균형을 잘 맞추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달 들어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수출부문은 국내경기회복의 확산을 저지하는 가장 큰 장벽이다. 이 부문도 세계경기의 회복과 국내산업구조의 개편을 기다리는 인내와 고통을 거쳐야 하므로 성급한 유인이나 회복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불황이라는 엄동기에 있는데 우리는 모처럼 애써 키운 경기회복의 새싹을 정성스럽게 키워 가는 노력이 더욱더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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