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위원회 중앙회장 된 혜명 스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 대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설교 중인 혜명스님.

지난달 13일 오후 2시 대전교도소 강당에서는 재소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교 정기법회가 열렸다. 강사는 대전 혜명정사 주지 혜명(慧命.65.본명 장흥기) 스님.

"여러분, 지금은 고생이 심하겠지만 진실로 참회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언젠가 뜻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스님은 27년 간 재소자 교화 활동을 성실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년 임기의 교정위원회 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이 자리는 각 종교인이 중심이 돼 전국 47개 교도소에서 활동 중인 교정위원 4700백여명을 대표한다.

스님이 재소자들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다른 스님들을 대신해 교도소를 드나들던 중 재소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활동을 자원했다. "재소자가 수형 생활을 잘 마치도록 도와 줘야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가 맑아지지요."

그 동안 스님의 도움을 받은 재소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끈질긴 설득 끝에 간첩 8명을 전향시켰는가 하면, 옥중 결혼을 성사시키고 산모 재소자의 출산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정 불화가 생기자 처가 식구 3명을 죽인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J모(43) 씨를 무기수로 감형시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12만 명의 서명을 얻고 미국에 건너가 인권단체의 지원까지 받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냈다.

농촌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던 스님은 89년 홍성군 은하면에 선농발효를 설립, 비료.오폐수 정화제 등 미생물 제품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2002년에는 같은 곳에 선농바이오식품을 세워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그는 독학으로 초등학교 '자연'부터 중고등학교 '생물'까지 관련 과목을 공부했다. 대학 '생화학' 과목은 너무 어려워 가정교사를 모셨다고 한다. 그 결과 이제는 미생물 130여 가지를 배양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전문가가 됐다. 스님의 서재에는 자연.인문사회과학 분야를 포함, 1만8000여권의 각종 책이 꽂혀 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억여원. 이 가운데 1억여원을 사회봉사 활동비로 쓴다고 한다.

스님은 "신도들이 내는 시주금으로는 활동을 제대로 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활동비를 마련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회사를 직접 세웠지요"라고 말했다.

서산에서 태어나 18세 때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다솔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80년 대전 갈마동에 혜명정사를 창건했다.

국민훈장 동백장(2000년) 을 비롯, 그 동안 수 많은 훈장.포장.표창장 등을 받았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