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 "청순한 역은 별로… 사이코나 악역 해보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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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진이 <화산고><늑대의 유혹>의 김태균 감독 영화로 턴 어라운드를 시도한다. 소유진은 최근 전 소속사와의 법적 공방과 1년여간의 활동 공백 등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정체기를 맞은 상태. 그런 그가 영화 쪽으로 기수를 돌리며, 확대 재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유진은 "하루 종일 인터뷰를 했더니 배가 고프다"며 육개장과 참치 김밥을 주문했다.

단편 '아임 오케이' 주연…실험 영화부터 먼저 체험중

▲통신 자본 영화에 '안착'

소유진은 "오늘 인터뷰 끝나고 영화사에 모여 첫 리딩이 있다"고 했다.

소유진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영화는 한국통신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단편 영화 <아임 오케이>(I'm Okay). KT는 SK텔레콤과 함께 최근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통신 자본의 대표 주자다. 남자 상대역은 신인 가수 아이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칼 윤이 기용된 상태. 극중 이종격투기 선수로 나오는 그는 릭 윤의 동생이기도 하다.

소유진은 이 영화에서 장거리 노선 비행 후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 스튜어디스로 나온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비슷한 설정이에요. 실연한 아픔이 있는 남녀가 우연히 같은 집에 살게 되면서 서서히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는 스토리거든요."

소유진의 영화 출연은 이번이 세 번째. 2002년 <2424>에 이어 MBC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HD 영화 촬영을 최근 마쳤다. "처음부터 욕심 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실험적으로 제작하는 영화를 먼저 경험하고 있어요. 솔직히 <2424> 때는 드라마 <라이벌>과 겹치기 출연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데다 조명 설치하는 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려 좀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배우의 감정선을 존중해 주는 영화의 한솥밥 정신이 매력적이더라구요."

소유진은 "지금은 배우 이미지를 쌓아가는 게 으뜸 과제니까 주조연을 따질 겨를이 없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이코나 악역, 바보, 다중인격자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봐도 청순한 역할은 잘 안어울려요. 큭." 15분 분량의 이 영화는 20일부터 5일간이나 촬영한다.

"타임머신 있다면 당장 여고시절로 돌아갈 것

▲"승우 오빠, 사고 칠 줄 알았어요"

계원예고 시절엔 조승우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서로 고1, 고3일 때다. "이미 그때부터 노래와 연기에 일가견이 있어서 '저 오빠는 틀림없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승우 오빠 따라다니던 여자 후배들도 얼마나 많았는데요."

졸업 후 조승우와 연락하고 지냈다는 소유진은 강혜정과 조승우가 사귄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안 뒤부턴 자연스레 전화 통화를 삼가게 됐다고 한다. "얼마 전 <연애의 목적>을 봤는데 강혜정 씨 연기, 정말 일품이더라구요. 두 사람한테 완전히 자극 받았죠."

소유진은 실제 자신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유진과의 차이점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 '여우 같고 계산적일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본인은 '손해 보고 살자'가 모토일 만큼 이타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란다. 소심한 A형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친구들 생일 파티는 발벗고 나서지만 제 생일은 5년 내리 저 혼자 집에서 보냈어요. 어떤 건지 아시겠죠? 오죽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제 별명이 바보겠어요."

1년간 공백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특차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대학을 갔거든요. 입학식 날 저 스스로와 '절대 휴학하지 말자'는 약속을 했죠. 악착같이 공부했고, 계획대로 4년 만에 졸업한 뒤 2004년은 기특한 제 자신에게 휴가를 주자, 이렇게 하다 보니 활동이 뜸했던 거죠."

소유진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망설임없이 여고시절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가장 행복했고, 뜨겁게 살았던 때에 대한 노스탤지어다.

"인기보다 우정…연애 1년 이상 한 후 결혼

▲인기보다 친구가 좋다

소유진은 인기나 상을 받는 건 '잠깐 기쁨'이지만 친구는 '영원한 환희'라고 표현했다.

데뷔 전 학창시절 친구들과는 "같이 죽자"는 말을 할 정도로 우애가 예사롭지 않다. "시시콜콜 서로 모든 걸 알고 있는 친구를 마주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정도예요. 서로에게 보물상자 같은 존재잖아요."

집에선 어떤 딸일까? "말 안 듣는 딸이죠. 특히 청소와 정리 정돈에 젬병이에요. 그런데 한 달에 하루는 날 잡아서 8시간씩 혼자 대청소를 해요. 어머니가 '월례 행사를 주간 행사로 바꾸면 얼마나 기특하냐'고 그러시죠."

어학 공부에 관심이 많은 소유진은 작년 중국어와 함께 일본어까지 배웠다. 압구정동 학원에 등록해 세 달간 스터디 모임까지 참여하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덕분에 학원 수석도 차지했고, 일본인 친구들도 여럿 생겼다. 이들과는 하루 종일 붙어 다녀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상태다.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스치고 지나가는지도 모르잖아요. 어학은 일단 배워 놓으면 언젠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잖아요. 외국 오갈 때마다 '학원 등록해야지' 결심했는데 작년에 뒤늦게 실천한 거죠."

현재 남자 친구가 없다는 소유진은 "남들에겐 불친절하지만 한 여자에겐 정성을 다하는, 리더십 강한 남자에게 끌린다"고 했다. "일종의 보스 기질 같은 거죠. 친언니가 스물다섯에 결혼했는데 연애는 꼭 1년 이상 하고 결혼하래요. 4계절을 겪은 뒤 결혼하면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든대요. 연예인이 아니어야 하고 술 담배 안 하는 크리스천이 부모님 이상형이신데, 전 술 담배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얘기 하면 엄마한테 혼날 텐데…."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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