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 규모의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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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외채 도입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백50억 달러 더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매우 적절한 시의를 얻고 있으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미국의 고금리와 세계 불황에서 비롯되었던 유례없는 장기간의 국제 무역 경새와 수출 환경의 악화가 우리의 국제 수지 전망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이런 형편은 세계 불황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개도국에 일반적인 현상으로 퍼지고 있어 문제 해결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세계 불황 초기에 나타난 일시적인 과잉 유동성이 개도국들의 무분별한 외채 도입을 촉진시킴으로써 위기적 상황은 더욱 가속된 것도 사실이다.
개도국들의 누적 부채가 3천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국제 금융의 위기적 상황은 모면할 길이 없게된 셈이다.
이들 개도국들에 공통된 가장 큰 오류는 전혀 신뢰하기 어려운 가정을 암묵리에 전제하고 개발 정책을 수행해온 점이다. 즉 국제간 자본 이동은 인센티브만 있으면 언제나 원활하리라는 가정이 곧 그것이다. 다시 말해 외채 도입은 자본 수익성만 보장되면 언제나 가능하며 최악의 경우 빚 갚기 위한 빚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왔다.
이런 생각은 그릇된 개발 이론이 조장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가설이 얼마나 큰 오류였는가가 지금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중남미, 동구권의 한계적 경제 상황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고 산유국들의 계속되는 국제 수지 역조가 또 다른 측면에서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설사 지금과 같은 세계적 금융 위기가 파국으로 종결되지는 않더라도 이미 80년대 이후는 전혀 새롭고 경직된 금융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어렵지 않다.
이런 금융 사정의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의 국제 수지 계획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이미 우리의 외가 잔액은 GNP의 절반인 3백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빚을 갚기 위해서도 5차 계획 기간 중 4백65억 달러를 더 들여와야 하도록 짜여 있다. 연평균 90억 달러를 넘는 외채 도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짐이다. 더욱 큰 우려는 이 같은 외상 소요의 34%에 해당하는 1백60억 달러가 기 도입 외채의 원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우리의 경상 수지 적자가 80년의 53억 달러에서 86년에는 35억 달러로 크게 개선된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이처럼 5차 계획상의 국제 수지 불안정 요소는 재원 조달에서뿐만 아니라 수요 면에서도 잠재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수정은 국제 무역. 금융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경제의 안정적 운행을 확보하는데 긴요하다 하겠다.
우선 필요한 것은 경상 수지를 어떻게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이른바 대종 양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등 에너지 부문은 별도의 장기 수급 계획이 서 있지만 이 부문의 절약이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므로 경상 수지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절약 방안이 더 연구되어야할 부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양곡 도입인데 이 부문은 얼마든지 국내 정책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처리해왔다. 국내 생산 기반을 튼튼히 다진다면 외곡 도입이나 육류 수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큰 몫을 차지하는 기계류는 점진적인 국내 산업 고도화가 수반되어야겠지만 가능한 부분은 국산화 대체를 촉진하도록 연차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런 여러 노력은 물론 물가 안정과 국내 저축의 획기적인 제고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외채 불안정의 부담이 덜어질 수 있음을 특히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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