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 포문 「각복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신성순 특파원】지난 12일 「스즈끼」 (영목선행) 수상의 돌연한 사의표명으로 시작된 일본 집권 자민당의 후임 총재 선출작업은 그 동안의 후보 조정 노력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예비선거를 통한 표 대결로 치닫게 됐다. 따라서 각 후보는 23일 상오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예비선거의 실시는 78년 「오오히라」 (대평정방)-「후꾸다」 (복전규부) 대결 이래 4년만의 일이다. 78년 예비선거에서는 현직 수상이던 「후꾸다」 가 2위에 머무르자 스스로 후보를 사퇴, 「오오히라」 집권의 길을 터준 선례를 남겼다. 「스즈끼」 수상의 후임자 선출에선 「나까소네」 (중증근강홍) 행정관리청장관을 미는 주류 측에서 처음부터 선거를 치르지 않고 협상에 의해 총재를 옹립한다는 방침아래 후보등록 후에도 1주일 동안의 선거운동금지기간까지 설정, 비주류와의 협상을 모색했으나「다나까」(전중각영) 파의 영향력 배제를 고집하는 비주류의 반발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22일 하오5시부터 23일 새벽5시30분까지 계속된 12시간의 마라톤 협상에서 「후꾸다」 전 수상은 『지금과 같은 「다나까」 파 지배의 당 운영을 일신하는 인사구상이 아니면 안 된다』 고 「나까소네」 총재추대에 정면으로 반대함으로써 비주류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명백히 했다. 그는 「나까소네」 총재 안의 대안으로 「총재· 수상분리론」 을 제기, 「나까소네」를 당총재로 하되 수상직은 비주류에서 미는 「고오모또」 (하본민부) 경제기획청 장관을 앉히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류 측의 「스즈끼」 수상과「니까이도」 (이계당진) 간 사장은 『총재· 수상직을 각기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당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고 맹렬히 반발, 결국 수상· 총재분리론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선 절충안으로 『「후꾸다」 총재- 「나까소네」 수상- 「고오모또」 부수상』 안도 나왔으며 네 후보를 모두 사퇴시키고 제5의 인물로 「사꾸라우찌」 (앵내의??웅·「나까소네」파) 현 외상을 추대하자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 수상 분리 안 및 「후꾸다」 총재 안, 「사꾸라우찌」 수상 안에 대해「나까소네」 후보는 『원만한 당 운영이 어렵고 제5의 인물이 추대된다는 것은 후보자중에서 총재를 뽑는다는 당초의 협상조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경한 반대의사를 표했으며 다른 후보들도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된 배경에는 10년에 걸친 해묵은 「다나까」- 「후꾸다」 의 대결이 바탕에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의 이해가 크게 엇갈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나까」파로서는 내년의 록히드재판 판결을 앞두고 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사정에 있다.
현 단계에서 당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 경우 록히드 판결 후 당내 파벌의 세력이 지리멸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으며 따라서 자파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까소네」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것이 생사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나까」 파가 「나까소네」옹립에 결사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나까」 파로서는 특히 비주류가 미는「고오모또」후보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오모또」 가 「다나까」를 몰아낸 「미끼」 파를 이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후꾸다」 파로서는 이 기회에 「다나까」 전 수상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고오모또」를 등장시키겠다는 자세다. 「후꾸다」 전 수상이 당에 대한 「다나까」 의 영향력 배제를 협상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다나까」 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듯 양파의 이해가 상반되는 상황에서 협상이 이루어지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협상결렬로 각파는 23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게 된다. 「다나까」 파, 「스즈끼」 파, 「나까소네」 파의 주류 3파는 22일 하오 협상이 어려워지자 재빨리 선거태세에 돌입, 3파 합동 선거대책본부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주류 측은 3파가 합심하면 예비선거에서도 비주류를 누를 수 있다는 자신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 측은 「고오모또」 후보가 2년간에 걸친 사전공작으로 1백4만 당원 중 40만 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주류연합이 자금 공세로 나오는 경우 후반전에 대세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예비선거기간을 앞당겨 단기결전을 기도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비주류 파가 장악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예비선거일자를 1주일 앞당긴다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기까지 했다는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