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실패 1번 성공, 그럼에도 해외시장 노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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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들이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료는 뛰어난 의료기술, 서비스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전망이 밝다. 정부도 의료의 융복합적 특성을 일찍이 인정하고,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척박한 국내 의료 환경의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한 해외진출·환자유치 사업. 성공과 실패를 몸소 경험한 병원 및 유치업체들로부터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경희의료원은 수년 전부터 러시아를 비롯해 몽골, 카자흐스탄,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지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3년 5월 문을 연 국제진료센터에는 올해(10월 기준)만 약 2만4000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도 최소 1명에서 많게는 20여명까지 한꺼번에 방문해 연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경희의료원 해외환자 유치·연수 사업의 시작은 어땠을까.

지속적 의료봉사, 환자 송출 씨앗

조중생 국제진료센터장[사진]은 “주로 러시아 지역을 왕래해오다 MOU를 맺게 됐다”면서 “MOU 체결이란 것이 종이 한 장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다른 노력을 펼쳤다”고 회상했다.

러시아인들의 의심 많고 냉소적인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지역민들 사이로 깊숙이 들어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했다.

조중생 센터장은 “러시아 지역이 원래 추운데 일부러 가장 추운 날 혼자 들어가 계속해서 환자를 봤다”며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통해 주민·지역 의사들과 관계를 맺게 됐고, 지역 리더들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결국 거점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봉사를 통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결과 러시아인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어렵사리 한국에서의 무료수술이 성사돼 입소문이 퍼지면서 신뢰감은 더욱 견고해졌다.

조 센터장은 “거점지 확보는 환자 송출의 시발점이 됐다”면서 “환자 송출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진행되는 것이라 첫 물꼬를 트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씨앗들이 모여 단체 방문 사례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효자 노릇 통역·코디네이터팀 “연수 사업 차별화”

길을 뚫은 경희의료원은 보다 많은 환자 확보를 위해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두 번째 공략에 나섰다. 막강한 통역팀과 코디네이터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은 환자 유치에 주효했다.

조중생 센터장은 “통역팀 및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실로 막대하다”며 “원활한 언어소통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풍습을 서비스에 녹여내고, 한국에서의 개인 사생활까지 해결해주는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통역은 의료진 연수사업에서도 빛을 발했다. 영어에 약한 러시아권 의사들에게 자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자 해외 병원 간호사, 행정요원까지 돈을 들고 경희의료원을 찾았다.

조 센터장은 “외국 의료인력 연수는 환자 유치와는 또 다른 사업 분야”라며 “강점인 러시아어 교육 과정이 소문나면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 의료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교육·삶의 질 향상이 목표”

2010년 이후 경희의료원을 방문한 해외환자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앞으로는 환자 다변화를 위해 중국과 중동 등지로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중생 센터장은 “해외환자 유치에 있어 경희의료원은 환자 진료, 지역의사 교육, 지역 봉사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등 세 가지 목표가 있다”며 “확고한 목표를 바탕으로 환자 다변화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 센터장은 끝으로 “지금까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뛰어다녀 보니 90%가 실패 사례다. 단 10%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 자주 문을 두드리는 것”이라며 “당장 눈앞의 수익에 급급하기 보단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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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su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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