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벗은 짝퉁 왕국 오명]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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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은 중국이 가짜 한국 제품을 만든다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

한 외국 명품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짝퉁이 판치기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한국 정부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달라고 수년간 요구했으나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외국기업들은 정부의 단속 의지가 부족하다고도 여기고 있다.

5월말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2회 동아시아 위조품 대책 세미나'에서 EUCCK는 바로 전날 촬영한 것이라며 서울 시내 한 파출소 정문 앞에서 노점상이 명품 짝퉁 수십 점을 진열해 놓고 파는 모습을 상영하기도 했다. 코앞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경찰이 방치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는 검찰과 특허청 등에 짝퉁 적발 전담반을 두고 상시 단속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검찰은 각 지청별로 검사 1명과 수사관 2명 정도가 지식재산권 사건을 맡도록 하고 있으나 이 검사도 대부분 일반 형사사건 수사를 함께 하고 있다. 일손이 달리다 보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짝퉁의 뿌리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하소연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불법 제품임을 알면서도 사는 국민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동대문의 상점이나 인터넷 장터에서 터무니없이 싼 값에 파는 제품들이 위조품임을 알면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산다는 것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프랑스는 위조품을 파는 상인 뿐 아니라 사는 사람에게도 벌금을 매기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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