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이 사람!] 곤충박물관장 이대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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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이대암 곤충박물관장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된 곤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6일 강원도 영월군 북면 문곡리 영월곤충박물관 전시실. 폐교인 옛 문포분교장을 국내 유일의 곤충전문 박물관으로 꾸민 이곳에서 이대암(50)관장은 50여 명의 관람객에게 곤충에 대해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구에서 부모와 함께 온 손규원(14)군은 "곤충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이 관장은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건축전문가다. 2002년 5월 박물관을 열기 전까지 영월의 세경대학 부학장이었다. 그런 그가 교수직을 박차고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곤충박물관을 만든 것은 박물관을 국내 최대의 곤충 생태체험 학습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나비 한 마리를 잡은 것이 계기가 돼 곤충 채집에 흠뻑 빠졌어요. 강의가 없는 날이면 서울과 경기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채집했지요. "

직장 생활과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설악산과 속리산 등 전국의 산과 들녘, 하천 등지를 다니며 곤충을 잡았다. 그가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영월군에 있는 세경대 교수로 온 것도 "영월 지역이 석회암 지대여서 곤충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폐교를 2000년 3월 무상 임대받아 자비 1억5000여 만원을 들여 3개 교실(연건평 70여 평)과 복도를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박물관엔 수족관.연구실.곤충 생태 VCR 상영장 등도 갖췄다. 그는 지금까지 채집한 곤충 3000여 종 5000여 마리 중 1000여 종 3000마리를 전시해 놓고 있다.

그는 관장직을 맡은 뒤에도 성수기인 7, 8월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20일 이상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곤충 채집을 하고 표본도 직접 만든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영월군도 지난해부터 수장고를 설치해 주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개관 뒤 현재까지 박물관을 다녀간 관람객 수는 17만여 명에 이른다.

그는 요즘 '곤충 자원의 산업화'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죽어있는 표본만 전시할 것이 아니라 희귀종 등 살아있는 곤충도 증식시켜 어린이가 직접 관찰.체험할 수 있는 생태 체험학습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박물관 안에 '두점박이 사슴벌레' 등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살아있는 곤충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곤충 판매(1차산업)▶기념품이나 가공품을 생산(2차산업)▶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로 관광객 유치(3차산업)▶곤충을 이용한 신물질 추출(4차산업) 등 영월을 곤충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 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 박물관 안에 곤충자연생태연구센터를 설립, 올해 산업자원부로부터 '지역혁신 특성화 포럼 사업'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또 환경부와 함께 동강 생태계 정보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영월=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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