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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택시부터 박정희캐딜락까지 '올드 카' 퍼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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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8일까지 열리는‘자동차 변천사’전시는 어린이 관람객의 놀이터다. 바퀴가 세 개인 ‘삼륜용달’차를 처음 본 아이가 신기한 듯 만져 보고 있다. 조용철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이 자동차 전시장으로 변했다. 광복 60년 기념전 '시련과 전진'의 특별전'자동차 변천사'에 나온 옛 차 15대가 모여 있다. 차도 역사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국산차 개발을 증언하는 '올드 카'퍼레이드는 '민주화와 산업화'란 전시회 주제를 풀어낸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차는 역대 대통령이 탔던 리무진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길에 오르려 공항으로 갈 때 탔다는 '이승만 캐딜락'은 4.19 혁명의 함성을 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때 타고 달렸다는 '박정희 캐딜락'은 불도저처럼 국토를 밀고 닦은 박정희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시발택시'는 1957년에 제작된 제1호 차가 나와 이름 그대로 맨 처음 발차한 그날을 증언한다. 바퀴가 세 개인 '삼륜용달'은 처음 본 어린이 손님을 즐겁게 하는 놀잇감이다.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첫 자동차인 '포니Ⅰ'은 보존품이 없어 새로 조립했다.

800cc급 '퍼블릭카'를 바라보던 중년층은 추억에 젖는다. 공랭식이라 2시간쯤 달리고 나면 쉬어야 했던 '가다 서다'차가 '퍼블릭카'다. 인천에 가려면 세 번쯤 멈춰야 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70년대 부의 상징이었던 세단 '레코드'는 지금 봐도 윤기가 난다. 에어컨이 없는 게 단점이다. '레코드'를 몰았다는 한 관람객이 전설 같은 추억을 들려준다. "한여름에도 중심가를 지날 때는 문을 닫고 다녔어요. 에어컨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섭(아트컨설팅서울 큐레이터)씨는 "옛날 차가 요즈음 차보다 디자인이 좋다"고 설명했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 현재의 기계식 디자인이라면 옛 디자인은 차 주인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멋스럽다는 것이다. 28일까지 무료. 02-756-7506~9(www.korea815ex.com).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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