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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눈치보느라 사태 방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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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화물연대 차주들의 집단행동에 관계 장관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들이 이런 식으로 있어도 되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물론 관계 장관들이나 현지 치안 책임자들이 유기적인 협조 없이 사태를 방치한 것도 큰 문제였지만 이렇게 손을 놓고 있었던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초기 대응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 사태를 확대시킨 배경과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조의 집단 행동을 진압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찍힐 수도 있다는 현장의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盧대통령이 노사분규.한총련.전교조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친근로자적 입장에서 동정적인 자세를 보여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눈치를 보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코드가 어떻건 불법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법을 집행하면 될 현지의 치안 관계자들이 '코드 맞추기'에 신경쓰느라 근 6일을 방치한 것이다. 장관들 역시 비슷한 처지였을 것이다. 결국 盧대통령의 정책방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盧대통령이 장관들의 무대응을 갑자기 소리높여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오해를 살 수밖에 없었던 태도를 명확히 해 정부 내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할 것이다.

불법은 용납치 않는다는 분명한 소신을 피력하고,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코드'니 뭐니 하면서 모호하게 처신할 경우 이와 유사한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는 부처간에 서로 손발이 맞지 않은 데도 문제가 있었다. 업무의 소관과 책임을 분명히 조정.정리해 주는 청와대와 총리실이 있는데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의문이 간다.

이런 일을 해결하는 것이 국정운영 능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방적인 불법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늦으나마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