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객기 추락…꼬리무는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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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잇따라 추락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키프로스 여객기가 떨어져 121명이 숨진 지 이틀 만인 16일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 여객기가 떨어져 160명이 몰사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튀니지 여객기가 지중해에 떨어져 16명이 숨졌다. 네덜란드 항공안전네트워크(ASN)는 "8월 들어 민간항공기 사고가 4건 일어나 모두 297명이 숨졌다. 이는 2002년 5월 이후 최악"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고의 횟수나 규모보다 미스터리 같은 사고 경위와 행적이다.

◆ 키프로스 여객기 보잉 737의 미스터리=정찰을 위해 출동했던 그리스 전투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본 조종실 풍경부터 미스터리다.

독일인 기장은 온데간데없고, 부기장은 조종석에 엎어져 있었다. 산소 마스크가 천장에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봐 산소 공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후 조사에서도 기장은 조종실에 없었다. 대신 여승무원이 조종실에서 발견됐다.

교신기록에 따르면 사고기 조종사는 이륙 직후 "에어컨에 문제가 있다. 현재 고도(약 5000m)를 유지하겠다"고 관제탑에 보고했다. 그 직후 조종사는 "문제가 해결됐다. 고도를 1만m로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직후 교신이 두절됐다. 긴급 발진한 그리스 전투기가 여객기를 발견했을 때 여객기는 그리스 앞바다를 크게 선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테네 쪽으로 날아가다가 아네테 북쪽 40㎞ 돌산에 충돌했다. 에어컨이 고장 나거나 산소 공급이 잘 안되거나, 최악의 경우 계기 고장으로 유독가스가 기내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보잉 737과 같은 비행기는 산소 공급과 기압 유지를 위한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 콜롬비아 여객기 MD-82의 경우=맥도널드 더글러스에서 제작한 사고 여객기는 엔진이 두 개다. 조종사는 사고 직전 "엔진 한 곳에 문제가 생겼다"며 베네수엘라에 비상착륙을 요청했다. 얼마 후 "엔진 두 개 모두 이상하다"고 보고한 다음 교신이 두절됐다. 엔진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여객기의 엔진 두 개가 동시에 고장 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항공 전문가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드문 경우"라고 말한다. 더욱이 이 비행기는 엔진 작동 없이 어느 정도 하늘에 머물 수 있는 글라이딩(활강) 기능도 있다.

◆ 모두 저가 항공사 소속=사고를 낸 키프로스의 헬리오스 항공과 콜롬비아의 웨스트캐리비언 항공은 모두 신생 저가 항공사다. 사고가 나자마자 헬리오스 항공 소속 조종사들은 취항을 거부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 항공기 정비를 제대로 안 해 "불안해 못 탄다"는 주장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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