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함께 사는 사회가 좋잖아, 아직까지도 치료비가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 서울대병원에 현금 1억원을 기부한 박우준(85·사진) 할머니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부 동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할머니는 15년 전 미국에 사는 큰딸을 보러갔다가 우연히 읽은 책 이야기를 꺼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한평생 남을 위해 헌신한 한국인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었다. 그 책에 등장하는 목사님처럼 선행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책 이름과 목사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때 여유가 생기면 꼭 이웃을 돕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당시 귀국하자마자 비어있던 아들의 방을 세놨다. 또 봉제공장 물품을 봉투에 담아 테이프로 붙이는 부업을 시작했다.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매달 수십만원씩을 꾸준히 모았다. 십수 년이 흐르며 목돈이 됐다.
그러다 최근 박 할머니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손녀딸로부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환자가 병원에 많다는 얘기를 접했다. 바로 다음 날 거주지인 인천에서 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후원금을 전달했다.
박 할머니는 “오랫동안 모은 돈 쓸 데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큰병을 앓던 둘째 딸이 50여 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해 병원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기부사실을 공개하기를 꺼렸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는 병원 측의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서울대병원 함춘후원회 김석화 회장은 “할머니의 아름다운 뜻으로 마련된 후원금을 저소득층 환자분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